[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풋풋'하다. 첫 장편영화인데 어떻게 그렇게 대담한 연기를 펼쳤나 싶다. 현실에서는 지극히 내성적이면서 카메라가 돌아가면 돌변한다. 천생 배우다. 첫 장편영화 '지우러 가는 길'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괴물 신인' 심수빈 이야기다.
뉴스컬처는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근처 한 카페에서 배우 심수빈을 만났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선정된 '지우러 가는 길' 에피소드 외에 배우가 돼, 첫 주연이 될 때까지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지우러 가는 길'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진행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 과정 제작 영화로, 사랑을 불신하는 여고생 경선이 룸메이트 '윤지'를 돕게 되고 서로를 치유하며 이해하는 이야기다.
심수빈은 극 중 여고생 '윤지'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비밀 연애 중이던 담임 선생님 종성이 갑작스럽게 자신의 곁을 떠나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인물이다. '교사와의 교제' '임신' '불법 낙태' 등 무거운 소재를 결코 무겁지만은 않게 그려낸 이 영화에서 심수빈은, 제 옷을 입은 듯 '윤지'를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첫 장편영화, 첫 주연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심수빈은 "'윤지'는 겉으로 보기보다 내면이 깊은 친구다. 삶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라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그런 '윤지'에게 많이 공감했다.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심수빈은 "'윤지' 캐릭터를 이해하는 건 쉬웠다. 하지만 제가 경험과 부족이 능력해서 표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기적으로 한계도 느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털어놨다.
이미 드라마 '스카이 캐슬' '경이로운 소문' 시리즈, 영화 '히트맨' 시리즈 등 경험이 풍부한 또래 배우 이지원이 큰 힘이 됐다. 심수빈은 "확실히 경험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달랐다"라며 "이지원 배우가 어느 날 촬영을 마치고 '가짜로 연기한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 기술 시사 때 그렇게 말했던 장면을 봤는데 너무 잘하는 거다. '나만 진짜 못했구나' 싶더라. 저보다 2살 어린데도 촬영 때 정말 많이 의지했다"고 떠올렸다.
비록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열정'이 있고 '노력'이 있었다. 심수빈은 "첫 장편영화다. 실패하기 싫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수첩에 모든 장면을 다 적어 놓고, '윤지'의 감정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가며 연기했다. 준비한 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빵만 먹으면서 연기 했어요."
중2가 되기 전까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재능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대통령'을 꿈꾸게 됐단다. 심수빈은 "중2 때, 사춘기를 겪으면서 인생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림 말고 다른 걸 해보고 싶더라. 특히 오빠를 이기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심수빈은 "그 무렵, 드라마 속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다 오빠 친구가 연기로 예고에 들어간 걸 봤다. 그 영향을 받아서 중3 때 연기학원을 끊었다"라며 "사실 부모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께서 마지막 조건으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시험 한 번 보고 떨어지면 연기의 '연'자도 꺼내지 말라고 하시더라. 이를 악물었다. 매일 빵만 먹으면서 연습했다. 집도 잘 안 들어갔다. 그렇게 성적을 내니까 부모님께서 인정해 주셨라"고 말했다.
심수빈은 이제 막 영화계에 발을 들인 배우 새싹이다. 첫 영화부터 주목받았고, 아시아 최대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 받았다. 전세계 관객이 '괴물 신인'의 탄생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작품을 한 편씩 할 때마다 느끼는 재미가 상당히 크다"라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다"라고 바랐다. 그러면서 "요즘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일본어를 마스터 해서 평소 좋아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심수빈은 요즘은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꾸준히 쓰고 있다. 꼭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작품에 임할 때 인물이 느끼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이 있는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풀고 해소하고 있다"고 했다.
평소 출연해 보고 싶은 예능이 있냐고 물었더니 심수빈은 "숫기가 없다. 나가봐야 안 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심수빈은 "가끔 망상을 하긴 한다. '유퀴즈'에 출연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질문을 떠올려보고, 혼자 대답도 해 본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수빈은 자신의 첫 주연 장편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이는 것에 대해 "처음이어서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런 것들을 보여줬을 때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처음 '지우러 가는 길'을 보고 오답 노트를 적었다. 앞으로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써 내려갔다. 그것이 앞으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우러 가는 길'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 후 내년 극장 개봉 예정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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