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N] 클래식의 귀환, 다시 쓰는 ‘에비타’…동시대 거울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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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N] 클래식의 귀환, 다시 쓰는 ‘에비타’…동시대 거울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뉴스컬처 2025-09-19 11:27:44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뮤지컬 '에비타'가 무려 14년 만에 한국 무대에 돌아온다. 오는 11월 7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원작자 팀 라이스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의 변모를 예고한다. 특히 22일 첫 티켓 오픈을 앞두고 공개된 제작진과 출연진, 사전 행사들은 고전의 무게감과 동시대적 해석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긴다.

'에비타'는 1978년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Don’t Cry for Me Argentina’라는 상징적인 넘버는 이미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으며, 에바 페론이라는 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틱한 서사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획득했다. 그러나 바로 그 보편성이 ‘재연’이라는 이름으로 반복될 때, 그 재현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은 피해가기 어렵다.

뮤지컬 '에비타' 캐스트 프로. 사진=블루스테이지
뮤지컬 '에비타' 캐스트 프로. 사진=블루스테이지

연출가 홍승희는 2006년 초연 무대에 직접 출연했던 배우 출신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더 깊어진 시선과 세련된 무대”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에비타''를 예고했지만, 이 선언이 고전의 낡은 감수성을 털어내고 동시대의 시선으로 캐릭터와 서사를 재조명하는 시도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르헨티나의 성녀’로 불린 한 여인의 성공 서사를 오늘의 젠더·권력 감수성으로 어떻게 비틀어낼 것인지, 그리고 ‘체’라는 내레이터를 통한 메타적 구조가 여전히 유효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즌의 캐스팅은 ‘검증된 이름들’로 채워졌다. 김소현, 김소향, 유리아라는 국내 뮤지컬계의 대표 여배우들이 ‘에비타’ 역에 이름을 올렸고, ‘체’ 역에는 마이클리, 한지상, 민우혁, 김성식 등이 포진했다. 이들은 모두 대극장 뮤지컬에서 충분히 기량을 입증한 배우들이지만, 동시에 이 같은 캐스팅은 관객에게 익숙함 이상의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

다만, 다양한 배우들이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에비타’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따라, 한 인물의 다양한 층위가 조망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소현의 절제된 카리스마, 김소향의 강인한 감정선, 유리아의 섬세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어떻게 분화될지에 따라, ‘에바 페론’이라는 인물에 대한 재조명이 가능할 것이다.

‘체’라는 해설자 역할 역시 각 배우의 해석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체 게바라의 분신이자 관찰자로 기능하는 이 인물은 '에비타'의 메타적 시선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장치로, 이번 시즌에서 그 비중이 어떻게 설정되는지 역시 관건이다.

흥미로운 점은 '에비타'가 첫 티켓 오픈 이전부터 다양한 외부 행사를 통해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숲재즈페스티벌 2025에서 유리아와 마이클리가 뮤지컬 넘버를 재즈 어레인지로 선보이며, ‘크리에이티브X성수’의 부대행사에서는 한지상이 뮤지컬 넘버를 야외에서 공연한다. 이는 ‘뮤지컬=극장’이라는 한계를 넘어 대중적 확장성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물론 이 같은 사전 마케팅이 실제 예매율과 관람 만족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뮤지컬 '에비타'가 대중문화로서의 스펙트럼을 확대하려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뮤지컬 '에비타'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고전이며,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충실하다. 그러나 고전은 ‘그대로의 반복’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에비타'는 다시 한 번 증명해야 한다. 이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그리고 에바 페론이라는 여성의 이름이 2025년의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지를.

기대는 된다. 그러나, 기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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