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 폭력 가해자 그들의 내면
그의 폭력 앞에서, 당신은 한없이 작아졌을 것이다. 그의 높은 목소리,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집요한 논리 앞에서 당신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당신에게 그는 거대하고, 강력하고, 때로는 저항할 수 없는 힘 그 자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모든 행동이 사실은 힘의 과시가 아니라, 병적인 두려움의 발작이라면 어떨까?
그의 강압적인 태도 뒤에, 사실은 세상이 무너질까 두려워 필사적으로 지지대를 붙잡고 있는 겁에 질린 내면이 숨어있다면 말이다.
‘그토록 자신만만해 보이던 사람이, 사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니.’ 당신은 아마 믿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의 분노 앞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당신으로서는, 그가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상상하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 우리는 그의 폭력성이란 갑옷 아래 숨겨진, ‘병적인 불안감’이라는 연약한 속살을 들여다보려 한다.
병적인 불안감의 세 가지 얼굴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가해자의 불안은 정상적인 범주를 넘어, 현실을 왜곡하고 관계를 파괴하는 ‘병적인’ 수준에 이른다. 그의 내면을 지배하는 불안은 주로 세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1. 모든 것을 의심하는 ‘편집증적 불안’
그는 당신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그의 마음은 삐뚤어진 안경을 쓴 것과 같다. 세상이 온통 왜곡되어, 잠재적인 위협으로 가득 차 보인다. 그는 당신이라는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안경에 낀 먼지와 흠집(그의 불안)을 당신의 결점이라고 착각한다.
- - 이런 모습이다: 당신이 동료와 나눈 평범한 업무 메시지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을 찾아낸다. 당신이 잠시 연락이 되지 않으면, 머릿속으로 온갖 배신의 시나리오를 쓴다. 그는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에서 숨겨진 의도를 읽어내려 애쓴다.
- - 그의 내면: 그는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한다. 그의 세상은 ‘완벽한 통제’와 ‘끔찍한 혼돈’이라는 흑백의 논리로만 이루어져 있다. 당신의 사생활이라는 작은 회색지대조차, 그에게는 통제 불가능한 혼돈이자 잠재적 위협이다. 그래서 그는 당신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만 겨우 안심한다.
2. 혼자 남겨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유기 불안’
그는 당신과의 분리를, 존재의 소멸과 같은 극단적인 공포로 받아들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대상 항상성(object constancy)’의 부재로 설명하기도 한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와 맺었던 긍정적인 유대감마저 희미해지는 것이다.
- - 이런 모습이다: 당신이 친구들과의 여행을 계획하면, 그는 극도로 불안해하며 당신을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심어준다. 당신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할 때, 그것을 자신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고 상처받는다.
- - 그의 내면: 그는 충전기와 분리되면 방전되어버리는 구형 스마트폰과 같다. 스스로의 힘으로 내면의 안정감이라는 배터리를 채울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는 당신이라는 충전기에 24시간 연결되어 있으려 한다. 당신의 독립적인 시간은, 그에게는 배터리가 1% 남은 채로 사막에 버려지는 것과 같은 공포다.
3. 자신의 초라함을 마주하는 ‘자기애적 불안’
그의 자존감은 단단한 내핵이 아니라, 공기로 부풀려진 거대한 풍선과 같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커 보이지만, 작은 바늘 하나에도 터져버릴 만큼 위태롭다.
- - 이런 모습이다: 당신의 사소한 지적이나 반대 의견에, 그는 disproportionate한 분노를 터뜨린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당신을 비난하며 상황을 역전시킨다.
- - 그의 내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의 부풀려진 자아를 위협하는 가장 날카로운 바늘이다. 그는 자신의 초라한 본모습을 마주하느니, 차라리 상대를 공격해서라도 자신의 완벽함을 지키려 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당신은 그의 분노 앞에서 수없이 되뇌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당신은 그저, 그의 거대한 풍선에 진실이라는 바늘을 들이댄 사람일 뿐이다.
불안이 폭력으로 변하는 과정
그렇다면, 이 내면의 불안은 어떻게 당신을 향한 폭력이라는 외부적인 행동으로 바뀌는 걸까?
그의 뇌는 당신의 독립적인 행동이나 반대 의견을,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닌 맹수가 덮치는 것과 같은 ‘생존 위협’으로 인식한다. 그의 편집증적 불안, 유기 불안, 자기애적 불안이 동시에 경고 사이렌을 울리기 시작한다.
이때 그의 내면은 감당할 수 없는 불안으로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그는 이 불안을 스스로 진정시키거나 이성적으로 다룰 내면의 힘이 없다. 그가 아는 유일한 해결책은, 불안의 ‘외부적 원인’이라고 믿는 당신을 통제하여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뿐이다.
통제 시도 → 당신의 저항 → 불안 증폭 → 폭력
이것이 그가 폭력을 사용하는 과정이다. 당신의 저항은 그의 불안이 ‘실재하는 위협’이라는 확신을 준다. 결국 그는 이성을 상실하고, 상대를 굴복시켜 상황을 통제하려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 즉 폭력을 선택한다.
그의 내면은 불 조절이 안 되는 가스레인지와 같다. 불안이라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때, 그는 불을 끄는 법을 모른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불타고 있는 냄비(그의 불안)를 당신에게 집어 던진다. “네가 불을 냈잖아!”라고 소리치면서. 폭력은, 자신의 무능함과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자가 선택하는 가장 손쉬운 자기방어다.
그의 폭력이 병적인 불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그를 용서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을 옭아매던 끝없는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그의 불안의 원인은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그저, 그의 불안이 투사된 스크린이었을 뿐이다.
당신은 그의 치료사가 아니다. 그의 고장 난 감정 조절 장치를 고쳐주기 위해 당신의 삶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그의 불안은 온전히 그의 것이고, 당신의 평화는 온전히 당신의 것이다.
폭력은 결코 사랑의 격렬한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한 개인의 병든 내면이 내지르는 비명일 뿐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비명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할 의무가 없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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