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싸게 파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번 사건도 그렇다.
미국 자동차 유튜버 타일러 후버와 결혼한 에이프릴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SL 중고차를 구입했다. 차고 문이 열리며 1990년형 검은색 메르세데스-벤츠 SL500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행거리는 37,795마일(60,825km)에 불과했지만, 달린 것보다 쌓인 먼지가 더 많았다.
이 차는 한동안 차고에 방치돼 있었다. 먼지투성이에 스크래치도 많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가격은 고작 5,000달러(약 690만원)에 불과했다. 왜 이렇게 가격이 저렴한 것일까? 여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이 SL은 특별하다. 바로 R129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로, 메르세데스를 1980~90년대에 걸쳐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브루노 사코의 작품이다. 그는 벽돌조차 공기역학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R129 SL은 우아하면서 근육질 디자인에 당시 다른 컨버터블들을 장난감처럼 보이게 만드는 첨단 기술로 가득했다.
1990년 3월 생산된 이 차는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도장 벗겨짐과 스크래치가 있고 보닛 안쪽 단열재도 찢어져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다. 보닛 아래에는 자연흡기 5.0리터 V8 DOHC 엔진이 자리해 322마력과 47kg·m 토크를 발휘한다. 지금은 그 힘을 조금 잃었을지 모르지만, 타일러는 단골 정비사에게 곧바로 차를 맡겨 엔진 본래의 힘을 되찾게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겉보기엔 튼튼한 요새 같지만, 이번 차에는 음울한 과거가 숨어 있었다. 도어를 열자 드러난 진실은 이 차의 첫 소유자가 멕시코 마약 조직의 보스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콜로라도 자택에서 체포됐고, 그의 전 재산은 미국 연방 정부에 의해 압수됐다. 이 벤츠 역시 경매를 통해 다른 소유자에게 넘어갔고, 결국 산속 별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프릴은 농담처럼 차 안 어딘가에 코카인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며, 가족 반려견에게 냄새를 맡게 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첫 주행에서 곧바로 현실이 부딪혔다. 소프트톱에 누유가 있었던 것이다. 타일러는 “수리비가 수천 달러 나올 수도 있어”라고 경고했지만, 에이프릴은 웃으며 “당신의 말이 불운을 가져올 거야!”라고 받아쳤다.
열쇠는 하나뿐이었다. 다른 열쇠는 아마도 여전히 마약 보스의 집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 만약 이 열쇠를 잃어버리면 벤츠는 새 열쇠를 그냥 발급해 주지 않으며, 차량의 시동 장치를 통째로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과거 갱단 보스의 차량과 함께 에이프릴은 그녀만의 모험을 시작했다. 누유와 흠집, 그리고 범죄 드라마 같은 과거를 품은 차지만, 1990년대 혁신의 흔적과 매력은 여전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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