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어쩔수가없다' 리뷰: 이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5년 경력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는 '다 이루었다'라고 느낄 만큼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하는 하루하루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돌연, 평생 헌신한 직장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한 '만수'는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지만, 애착을 갖고 지켜온 자가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제지' 회사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지만, '선출'(박희순) 반장 앞에서 굴욕만 당한다. 그 곳, 그 회사가 자신의 자리라고 확신한 '만수'는 모종의 결심을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전쟁에 돌입한다.
'어쩔수가없다'는 드라마틱한 전개, 유머와 긴장감을 오가는 견고한 연출, 섬세한 미장센까지,그저 독보적인 박찬욱 표 블랙코미디다.
무엇보다 '어쩔수가없다'는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연기력'을 논하는 자체가 의미 없는 배우 이병헌, 손예진, 이성민, 박희순, 염혜란이 극 안에서 활어처럼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인다. 그들이 등장해 장면을 채울 때마다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특히 박 감독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부터 '아가씨' 김민희-김태리, 그리고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가 그랬듯 여배우 손예진, 염혜란이 이번 작품에서도 유독 빛난다.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것은 이병헌이지만 두 여배우가 상당히 임팩트 있다. 특히 '예쁜 누나'에서 '예쁜 엄마'가 돼 현실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손예진을 눈여겨 봐야 한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기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만수'의 서툰 모습은 역설적인 웃음을 안긴다. 삶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이 넘치던 '만수'가 해고 이후 어쩔 수 없는 불안감에 점점 변해가는 모습은, 결코 남 일 같지 않다.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지' 회사 반장 '선출'부터 '만수'의 잠재적 경쟁자인 제지 업계 베테랑 '범모'(이성민), 무기력한 '범모'에게 애증을 느끼는 아내 '아라'(염혜란), 그리고 또 '만수'의 또 다른 경쟁자 '시조'(차승원)까지. 각자 어긋나고, 얽혀있는 인물들의 관계가 마지막까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13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런닝타임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어쩔수가 없다고 하는 '만수'의 선택과 실행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박 감독 영화에 늘 존재한 '난해함'이 묻어있다. 하지만 '어쩔수가없다'는 다큐'가 아닌 '영화'다. 박찬욱 영화, 그 자체로만 보면 흥미롭다. 곱씹을수록 맛있는, 결국은 박찬욱 영화다.
오는 24일 개봉.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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