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서 꾸는 악몽이 있다. 꿈속에서 당신은 익숙한 복도를 필사적으로 달려 출구를 찾아내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잠에서 깬다. 하지만 다음 날 밤,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당신은 바로 그 복도의 입구에 다시 서 있다.

재회 후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지는 연인들의 서사는, 어쩌면 이 악몽의 구조와 닮아있다.

이별이라는 비상구를 힘겹게 찾아 탈출했지만, 재회라는 안도감에 취해 잠시 눈을 붙였다 뜨면, 어느새 관계는 과거의 가장 익숙했던 문제의 복도, 바로 그 지점으로 되돌아가 있는 것이다.

재회는 낭만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2라운드’의 시작을 의미한다.

통계적으로도 재회한 연인의 상당수가 결국 다시 헤어진다는 사실은, 재회라는 행위 자체가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차가운 증거다.

오늘 우리는 왜 연인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그리고 이 지독한 패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관계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근본 원인’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해부해 보고자 한다.

봉합된 상처, 그 아래에서 곪아가는 문제들

재회 초기의 연인들은 대개 위태로운 평화 상태에 놓인다. 어렵게 다시 만났다는 안도감과, 이 행복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이 관계를 지배한다. 바로 이 시기에, 문제의 뿌리는 더 깊숙이 파고든다.

첫째, 재회의 ‘감격’이 ‘문제’를 마취시킨다. 다시 함께 있다는 감격적인 상황은, 이별의 고통을 포함한 모든 부정적인 감정을 잠시 마비시키는 강력한 마취제 역할을 한다.

두 사람은 “우리 이제 힘든 얘기는 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 아래, 관계의 핵심적인 문제를 수면 아래로 밀어 넣는다. 하지만 마취는 언젠가 풀리기 마련이고, 상처는 치료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둘째, ‘누가 먼저 잘못했는가’라는 소모적인 재판이 열린다. 어렵게 문제에 대해 입을 열어도, 대화는 종종 ‘해결’이 아닌 ‘책임 규명’으로 흐른다.

각자는 자신이 겪었던 상처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상대방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변호사가 된다. “네가 그때 그랬잖아”, “아니, 네가 먼저 그랬지” 와 같은 과거의 사실관계를 따지는 지루한 법정 공방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의제는 실종된다.

셋째, ‘변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구체성의 부재가 발목을 잡는다. 두 사람 모두 막연하게 ‘이번에는 다르겠지’라고 기대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나 계획은 없다.

예를 들어, ‘소통 부족’이 문제였다면, “앞으로 대화를 많이 하자”는 추상적인 다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은 서로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와 같은 구체적인 규칙과 행동 계획이 없다면, 인간의 행동은 가장 익숙하고 편한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관계의 재발을 막는 근본 원인 처방법

이 악몽 같은 반복을 멈추기 위해서는, 낭만적인 기대를 버리고 관계에 대한 외과적인 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우선, 문제에 대한 ‘공동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 이것은 ‘너의 문제’도 ‘나의 문제’도 아닌, ‘우리의 문제’로 대상을 재설정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예를 들어, ‘네가 예민하다’가 아니라, ‘우리는 갈등 상황에서 한쪽이 감정적으로 압도당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라고 함께 진단하고 명명하는 것이다. 이는 비난의 화살을 거두고, 두 사람이 같은 편에 서서 공동의 적(문제 패턴)과 싸우게 만든다.

다음으로, 과거의 ‘사건’이 아닌 미래의 ‘규칙’을 설계해야 한다. 과거의 특정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감정 소모만 클 뿐,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내가 서운함을 느낄 때, 예전처럼 침묵하는 대신 ‘나는 지금 이러이러한 이유로 서운하다’라고 말할게. 그러면 너는 ‘네가 서운했구나’라고 일단 내 감정을 인정해주기로 하자.” 이처럼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 훈련’을 의식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새로운 규칙은 저절로 몸에 익지 않는다. 마치 화재 대피 훈련처럼, 갈등 상황을 가정하고 새로운 규칙에 따라 대처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다음 명절에 또 부모님 문제로 의견이 다르면, 우리 그때 세웠던 규칙대로 이렇게 해보는 거 어때?” 와 같은 대화는, 문제가 실제로 터졌을 때 두 사람이 당황하지 않고 새로운 대처법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재회는,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낡은 집의 운명과 같다. 우리는 양동이를 받쳐두고(임시방편), 젖은 벽지를 새로 바르며(문제를 외면하며)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인다.

맑은 날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는 어김없이 다시 내리고, 우리는 어김없이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수리는, 벽지를 뜯어내고 천장을 해체하여 축축한 어둠 속에 숨겨진 균열의 시작점을 찾아내는, 지저분하고 파괴적인 과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감당하길 꺼린다. 그저 또 다른 맑은 날이 오기를 기다릴 뿐이다.

재회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같은 자리에서 어김없이 다시 떨어질 물방울을 기다리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 지긋지긋한 악몽의 복도를 벗어나기 위해 집 전체를 해체할 용기를 낼 것인가.

물론, 해체한 후 그곳에 무엇을 다시 지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이 선택의 가장 고독한 부분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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