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와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을 공개해 민주당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공개 지지하며 '반이재명 빅텐트론'에 앞장섰던 이 전 총리를 향해 "의도된 자기정치"를 하고 있단 비난과 함께 지난해 총선의 '친명-친문' 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당을 공개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여전히 범민주진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난 조기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당시 당대표가 선출되자 자신도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움직임을 보였다. 단일화 무산 이후엔 출마선언을 철회하고, '반이재명 빅텐트'에 힘을 보태겠다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김 후보는 지지하는 TV연설을 하는 등 사실상 범여권에서는 파문당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올린 사진 한 장은 민주당에 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도 보냈다. 내란 세력으로 규정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했던 이 전 총리의 방문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이 전 총리를 반이재명 진영의 대표 주자로 여기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최근에도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며 "개인 리스크가 국가 리스크로 번졌다"고 했다.
이로 인해 친문, 친명 갈등이 재현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으며 일부 친명계도 이 전 총리를 향한 비난에 의견을 보탰다. 당 안팎에서 이번 만남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여권 내 묵은 갈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문재인 측 "이 전 총리 요청으로 만나…사진공개 협의 없었다"
민주당을 탈당한 뒤 새미래민주당을 창당한 이 전 총리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아내 김숙희 씨와 함께 문 전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며 웃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전 총리는 추석 인사 겸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다녀온 일을 소개하며 "근황과 지난 일, 그리고 막걸리 얘기 등 여러 말씀을 나누었다"며 "내외분께서는 매우 건강하게 지내시며 여기저기 의미 있는 곳에 다니고 계셨다"고 전했다.
게시글에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총리 모두를 비난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문 대통령께서도 진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낙연을 왜 만나주는지. 큰 실수했다", "사람다운 인간을 만나줘야지. 똑같은 썩은 '수박'들". "윤석열에게 정권 헌납한 주역들이 모였다" 등의 비판이 주를 이뤘다.
비판에 제기되자 문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총리 요청으로 만난 것이고 이 전 총리가 사전 협의 없이 사진을 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 만남에 "분란 일으키지 말라" 당 안팎서 우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친문계 대표 인사인 만큼 이 전 총리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진까지 올린 것은 다분한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15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 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공개한 것이 저희들은 아주 불편하다.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적 해석이 따를 수밖에 없음에도 굳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영수의>
서 의원은 "이 전 총리는 윤어게인을 외치고 윤석열 석방을 외치는 자들과 함께하는 그런 대선 후보 김문수를 지지했다. 사진 공개도 이 상임고문 측에서 공개한 것으로 안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매를 들어야 할 때 매를 드는 것이 어른의 도리"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매를 불편해하면 아랫사람에 의해 교활하게 이용당한다"며 지난 대선 당시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악수하는 사진, 이 상임고문이 최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인 2021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감싸며 "정치할 생각 않을 것"이라고 밝힌 기사 사진도 올리며 문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 이 상임고문과 만난 것을 공개 비판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통령께서 오래전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이 전 총리를 만나면 세상이 당연히 정치적 해석을 할 걸 알 텐데 굳이 저렇게 환대할가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친문계인 고민정 의원도 1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스스로의 존재 이유조차 증명 못하는 정치.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본인 한 사람만 모르는 듯하다"며 이 전 총리를 혹평했다.
박지원 "정치적 미숙아 李, 자기정치 위한 기회주의 작태" 비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문 전 대통령 예방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정치적 미숙아"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16일 유튜브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에서 "그 사진을 올려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되실 것이다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안 올렸어야 한다"며 "문 전 대통령께서는 이 전 총리가 김문수를 지지했든, 민주당을 욕하고 이재명을 반대하더라도, 자기 총리를 했기 때문에 인사 온다고 하면 받았겠죠"라고 말했다. 장윤선의>
그는 "사진은 찍을 수 있지만 이 전 총리는 사진이 공개되면 자신이 과시될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판단해야지, 아무리 궁핍한 현실이라도 그 사진 한 장으로 내가 살아있단 걸 과시하는 게 아직도 덜떨어졌다고 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전 총리가 정치를 다시 시작하려는 신호탄으로 봐야하냐는 질문에는 "정치는 죽을 때까지 다시 시작하려고 하겠지만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이낙연은 명분이 없다"며 "김문수를 지지했으면 열심히 김문수하고 돌아다녀야지, 왜 문재인 대통령 찾아갑니까. 김문수 찾아가 희희낙락해야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15일 오후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 에서도 "이 전 총리가 자기 정치적 입지를 모색해 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작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김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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