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둘러싸고 안전사고 예방 실효성에 대해선 의구심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의 5% 과징금, 건설사 면허 말소,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제한 등 초강수를 담았지만 처벌 일변도의 접근은 산업 재해 예방 효과보다 경제적 역효과만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미 강력한 규제가 담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만으론 산업 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선진국들도 이미 인센티브 중심의 예방 체계를 통해 산재율을 낮춰온 만큼, 한국도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제조업계 드리운 안전사고 그림자, 산재 예방 못 막고 경제 충격 우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개인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세계적으로도 드문 법률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첩 규제 구조를 이루며 현장에서는 혼란과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법 시행 3년차에 접어든 현재 성적표는 초라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50인 이상 사업장 산재 사망자는 2021년 248명에서 2024년 25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처벌 강화가 곧 예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건설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조사에서 공정률 90% 이상, 준공 직전 현장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16.3%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청·하청·외국인 노동자 등 복잡한 구조 속에서 법적 책임만 강화하면 위험 요소는 오히려 음성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주자가 공사비를 줄이면서도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구조가 나타나고 하청업체는 안전관리 인력을 최소화한 채 공기를 맞추려는 압박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사망 시 영업이익의 5% 과징금 부과, 반복 사고 발생 건설사 등록 말소, 외국인 사망사고 발생 시 신규 고용 3년 금지 등이 담겼다.
건선업계 안팎에선 이는 징벌적 과징금 성격으로, 대기업도 타격이 크지만 영세 건설사에는 존폐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 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제한, 금융권 여신심사 불이익까지 겹치면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는 주택 공급 차질과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장의 불안은 고스란히 근로자에게도 전가될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법적 처벌이 두려운 기업은 위험 작업을 회피하거나 외주화해 책임을 분산시키려 하다보니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 점검에서도 하청업체·외국인 노동자 집중 사업장에서 사고율이 높게 나타났다.
처벌보단 인센티브 확대가 해법…해외 선진국은 '인센티브 중심 예방 체계' 성과
전문가들은 산재 예방은 제재 강도보다 예방 시스템 충실성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처벌 일변도 정책이 고비용·저효과 구조를 만드는 만큼 산재 예방을 위해선 처벌보다 보상과 인센티브가 동기부여가 된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인센티브 중심의 예방 체계를 도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영국은 1974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HSWA)을 기반으로 보건안전청(HSE)이 전담 감독한다. HSE는 처벌보다는 '리스크 관리 지원'에 방점을 두고 기업에 맞춤형 가이던스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규정 위반 시에도 대체로 과태료보다 '개선 명령(Improvement Notice)'을 우선 발부해 자율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영국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EU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산업재해보험조합(Berufsgenossenschaften·BG) 제도를 통해 예방 중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납부하는 산재보험료는 사고 발생률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사고가 적을수록 보험료를 인하해 '안전이 곧 비용 절감'이 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BG는 각 산업별 안전교육·컨설팅을 무상 제공해 중소기업도 체계적 예방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인센티브 기반 구조가 독일의 낮은 산재율을 지탱하는 핵심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은 산업안전보건법을 통해 사업주 책임을 규정하지만 동시에 '자율안전관리계획' 제출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이 자체 안전계획을 수립·이행하면 정부는 감독 빈도를 완화하거나 우수기업 인증을 부여하는 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도 기업이 스스로 안전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역시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집행 방식에서 인센티브를 강화해왔다. OSHA는 '자발적 보호 프로그램(VPP, Voluntary Protection Programs)'을 통해 모범 기업을 인증하고 규제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근로자 교육 프로그램과 세제 혜택을 병행해 기업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은 '처벌은 최후 수단'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며 예방적 접근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선진국들은 공통적으로 과도한 형사처벌 대신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처벌이 기업의 위축과 안전 사각지대를 낳는 반면 인센티브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장기적 안전투자를 촉진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세제 혜택, 안전 투자비용 보조금, 우수기업 인증제 확대 같은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편의를 봐주자는 논리가 아니라 오히려 안전에 투자하는 기업이 더 경쟁력을 가진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산업 전반의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해법이라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중소기업 안전관리 역량은 규제 강화만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며 "재정·기술적 지원과 자율적 관리체계 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안전을 '규제 회피 수단'이 아니라 '투자 가치'로 인식할 때 산재는 줄고 경제는 살아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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