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매체로 우크라이나·중동정세 중·러 입장 적극 소개…유엔 공조도 강화할듯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외교' 이후 러시아, 중국의 국제 현안 관련 입장을 잇달아 관영매체에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주파수를 맞추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유엔 주재 러시아 상임대표 서방의 대결광증을 비난' 기사에서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지난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한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을 보도했다.
통신은 "나토의 히스테리적인 선전은 평화를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당국에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환상만 키워주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실었다.
같은 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소동' 제목의 기사에선 유럽의 대러 제재를 두고 "여론들은 새로운 제재 조치로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그것은 불신과 적대감만을 고취하게 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으로 긴장이 고조된 최근 중동 정세 관련해서도 북한은 중국, 러시아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유엔 주재 중국 상임대표 이스라엘의 군사적 망동을 규탄' 기사에서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영토 주권과 국가 안전을 침범하고 국제법과 유엔헌장을 공공연히 위반"했다는 중국의 안보리 발언을 보도했다.
북한이 그간 꾸준히 국제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와 동조해 오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으로 적극적인 국제 무대 등장을 예고한 시점인 만큼 이런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오르며 중국, 러시아가 추동하는 '다극화 질서'의 주요 일원으로 안착했다.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유엔 등 다자플랫폼에서 계속 협조를 강화하고 싶다"며 국제 무대에서 중러 주도의 반(反)서방 세력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김 위원장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직전인 지난 1일 유엔 창립 80주년을 거론하며 "미국과 서방의 강권과 전횡을 막고 공정하고 평등한 국제질서 수립을 적극 추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시도의 하나로 읽힌다.
북한은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 수년 만에 외무성 부상급 고위 인사를 연설자로 참석시키려는 조짐이어서 앞으로 국제적 보폭을 늘려갈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외교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자 이를 주민 결속용으로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1면 사설에서 "세계 정치 구도와 국제정세 흐름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 이 세상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자위력을 만반으로 갖춘 군사 최강국으로 부상한 우리 국가의 위상은 전체 인민의 가슴마다에 위대한 조국에서 사는 긍지와 영예감을 백배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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