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서곡
제1편: 경고
이 글은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의 눈부신 성공 신화가 한순간에 탐욕스러운 자본의 먹이감이 되어 어떻게 처참한 비극으로 막을 내렸는지에 대한 다큐소설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넥스 및 코스닥 상장을 목전에 뒀던 큐제이바이오텍(QJbiotech) 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기업 분쟁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어두운 단면과 법률 시스템의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고소장, 변호인 의견서, 탄원서 등 방대한 법률 문서와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 기업가의 꿈이 무너져 내린 과정을 재구성하고, 그 배후에 도사린 대한민국의 검찰, 증권사, 법조계가 얽힌 거대한 금융 범죄 조직의 실체와 자본시장의 어두운 단면, 그리고 법률 시스템의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밝히는 다큐소설이다.
이것은 단지 한 기업의 몰락사가 아니라, 혁신과 자본이 만나는 지점에서 '합법의 탈을 쓴 약탈'이 어떻게 한 과학자의 인생과 그의 가족을 송두리째 파괴했는지에 대한 고발이며, 우리 사회에 던지는 무거운 경고장이기도 하다.
2020년 10월 29일
경영권이 찬탈될 당시 큐제이바이오텍은 회사 가치가 약 500억 원에 달했다. 은행 이자 수입이 지출보다 많으며 현금성 자금이 30억 원에 이르는 강소기업이었다. SH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코넥스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했다면 그 기업가치는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 사냥꾼들은 불법 위임장으로 경영권을 차지하자마자 코넥스 상장을 무산시키고, 8개월간 횡령과 배임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뒤 고의적인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로 인해 기존 주주들은 75대 1의 강제 주식 소각을 당하며 500억 원 이상의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이는 단지 한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혁신과 자본이 만나는 지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약탈적 행위에 대한 경고이며, 기업 지배구조와 금융 감독 시스템의 중요성을 되묻는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장에서는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큐제이바이오텍의 내재적 가치와 잠재력을 조명한다.
왜 이 회사는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되었을까?
창업자인 이종태 대표의 비전과 회사가 보유한 독보적인 기술력, 그리고 상장 직전의 폭발적인 기대 가치를 통해 그 이유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제2편: 과학자의 길
모든 이야기의 시작에는 이종태라는 한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평범한 기업가가 아니었다. 그의 삶은 연구와 혁신, 그리고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한 헌신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서울대학교 화공과를 졸업하고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화학공학(생물화학공학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의 MIT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으며 누구보다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춘 엘리트 공학도였다.
제3편: 한국 바이오 산업의 초석
이종태 박사는 미국에서 귀국 한뒤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23년간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며 국가 바이오 산업의 초석을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산업자원부의 '생물산업기술개발전략' 기획과제 책임자로서,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c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에 부합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인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KBCC)' 건립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이종태 박사의 주도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내에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 (KBCC) 가 송도에 세워졌다. 송도에 세워진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미국 FDA의 의약품 생산을 위한 품질기준인 cGMP에 적합한 의약품 생산을 위한 전진기지였다.
자금이 취약한 중소 벤처기업을 위해 임상 샘플을 제공하기 위한 OEM 설비였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cGMP 설비를 갖추고 국내 바이오 업체를 대상으로 cGMP 교육을 실시했고 동시에 cGMP 기술 표준화 작업을 진행했다.
생물산업기술실용화센터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대한민국 대표 바이오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귀중한 토양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은 바이넥스가 민간 위탁을 하고 있는 시설이다. 이는 그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입증하는 중요한 이력이다. 그의 이름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산업의 기반을 닦은 개척자의 역사와 함께했다.
제4편: 균사 속의 황금, 베타글루칸
2006년 5월 8일
이종태 박사는 그동안 연구해 온 발효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원 겸직 창업 형태로 '큐제이바이오텍'을 설립했다. 그의 모든 것을 걸었던 물질, 그것은 바로 '베타글루칸'이었다. 버섯이나 효모의 세포벽에 존재하는 이 다당류는 단순한 건강식품 원료가 아니었다.
그는 베타글루칸이 가진 면역 증강, 피부 재생, 항암 효능의 무한한 잠재력을 꿰뚫어 보았고, 이것이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앞길은 험난했다. 벤처기업이 곧 바로 직면하는 데스밸리(Death Valley) 를 가까스로 헤쳐 나가야만 했다. 데스밸리란 벤처기업의 창업초기 매출이 거의 없고 자금이 부족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운 '위기 구간'을 일컫는 말이다. 베타글루칸의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장벽은 고순도 수용성 베타글루칸의 대량 생산을 위한 스케일업(Scale-up) 기술의 부재였다.
실험·연구 수준에서 검증된 제품이나 공정(기술)을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초기에는 하루에 베타글루칸을 1리터도 생산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임직원들의 피나는 연구개발로 결국에는 수돗물을 틀듯이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고순도 수용성 베타글루칸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되면서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베타글루칸의 품질이 인정이 되면서 LG그룹에 납품을 하게 됐다. 방부 처리를 하면서 페녹시에탄올을 첨가하지 않고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베타글루칸을 생산하게 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베타글루칸은 히아루론산과 같이 화장품, 식품, 의료기기, 의약품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기본 소재다. 특히 알코올과 같은 용매 없이 물만으로 고순도 정제가 가능한 친환경 공정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의료기기, 의약품 개발을 위한 R&D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개발된 회사의 핵심 기술중의 하나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가교제 없는 베타글루칸 하이드로겔'이었다. 독일의 유명한 필러 회사인 멀츠 회사를 따돌리고 한달 먼저 세계 특허를 받은 것이다.
이는 기존의 히알루론산 필러 시장을 대체할 잠재력을 가진 혁신적인 기술로,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특허를 획득하며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미국의 유명한 테크커넥트 (TechConnect)에서 큐제이바이오텍이 기술혁신상을 받았다. 2018년에는 한국생물공학회로부터 기술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적 가치는 시장의 평가로 입증되었다.
2018년 DS증권은 큐제이바이오텍의 기업 가치를 2,085억 원으로 평가했다. 또 글로벌 컨설팅 기관은 2025년 세계 베타글루칸 시장 규모가 7억 272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큐제이바이오텍은 단순한 벤처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것은 곧 현실화될 거대한 부의 원천을 노리는 자들, 즉 기업 사냥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사냥감'이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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