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최전선, 아르헨티나가 보내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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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최전선, 아르헨티나가 보내는 경고

월간기후변화 2025-09-13 09:45:00 신고

▲ 아르헨티나는 빙하를 볼 수 있는 관광지가 많은 데 최근 많은빙하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남미 대륙 남쪽 끝에 자리한 이 나라는 지난 수년간 가뭄과 홍수, 산불과 폭염이 교차하며 국가 경제와 사회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바히아블랑카에서 벌어진 기록적인 폭우는 그 상징적 사건이었다.

 

불과 8시간 만에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도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었고, 사망자가 속출했으며 수천 명이 집을 잃었다. 기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한 국지적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가속화시키는 복합적 재해의 전형이라고 분석한다.

 

고온과 습도가 겹친 상태에서 아마존에서 흘러든 습한 공기가 찬 기단과 충돌하며 폭발적 강수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아르헨티나가 앞으로 맞닥뜨릴 수많은 위험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실제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렸으며, 그 직후 극단적인 폭우가 덮쳤다. 기후 시스템이 균형을 잃으며 극단에서 극단으로 요동치는 현상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산불에서도 드러났다. 올해 초 파타고니아 일대에서는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수만 헥타르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산불의 직접적 원인은 고온 건조와 바람, 그리고 관리 부실 등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장기적 건조와 이상기후가 배경에 있다.

 

불길은 인근 마을을 위협하며 대규모 대피령을 불러왔고,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산불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과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으며, 탄소 흡수원인 산림의 소실은 곧바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졌다.

 

이는 아르헨티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 칠레 등 인근 국가와 맞닿은 광범위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남미 산림이 지구 기후 안정성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가뭄 역시 아르헨티나의 고질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2022~2023년 이어진 극심한 가뭄은 농업생산을 직격했고, 국내총생산(GDP)을 2% 이상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은 위안화를 보유 외환 중 비율을 높이는 등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탈달러화는 전 세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르헨티나 경제 구조상 곡물과 축산물 수확량의 감소는 곧바로 국가 재정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고,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농민들은 생계 기반을 잃었고, 정부는 비상 지원책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시적 대응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후위기가 상수로 자리 잡는 한, 농업생산은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으며, 물 관리·토지 이용·농업 기술의 전면적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아르헨티나의 기후 대응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파리 기후협약을 둘러싼 논란은 그 대표적 사례다. 아르헨티나는 협약에서 탈퇴할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으나, 유럽연합(EU)과 같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있으며, 금융지원·원조 프로그램도 기후협약 이행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적 자립도가 낮은 아르헨티나로서는 협약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실제 정책 간의 괴리다. 현재 정책대로라면 2030년 배출량은 목표치보다 15% 이상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적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추가적인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전환이 없다면 아르헨티나는 국제사회에서 ‘기후 불이행 국가’라는 낙인을 피하기 어렵다.

 

이와 동시에 유럽연합이 도입할 산림파괴규제(EUDR)는 아르헨티나 농축산업에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6년부터 EU에 수출되는 콩, 쇠고기 등은 생산 과정에서 산림 파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콩 생산국 중 하나이며, 축산업 역시 중요한 수출 산업이다.

▲ 아르헨티나, 11월 22일 ‘김치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사진=막달레나 솔라리 칸타나 상원의원 공식 유튜브 캡쳐)     하상기 기자

 

 

하지만 불법 개간이나 무분별한 방목으로 인한 산림 훼손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유럽 시장 접근이 제한되며 이는 곧바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산림 보존과 기후정책 강화를 위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 보존 사이에서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기후 적응 정책이 시급하다. 홍수와 산불, 가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물 관리 시스템 강화, 농업 기술 혁신, 산림 보호 정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과 기술 협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가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 현실이 크다. 단기적 위기 대응에 치중하다 보면 장기적 기후 전략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특히 기후위기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빈곤층·농민·이주민에 대한 지원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기후위기가 단지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폭우와 홍수, 산불과 가뭄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국가는 재난 대응과 경제 회복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 아르헨티나에서 말비나스 섬(포클랜드 제도)은 국가적 정체성과 주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간주됩니다. 어린이들은 교육 과정에서 이 섬의 중요성을 배우며, 이를 통해 애국심과 역사적 의식을 함양합니다.말비나스 섬은 아르헨티나와 영국 간의 영유권 분쟁의 중심에 있는 지역    

 

동시에 국제사회는 기후협약과 무역 규제를 통해 아르헨티나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결국 이 나라는 기후위기를 단순한 자연재해로 취급할 수 없다는 교훈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고통스러운 현실은 지구 곳곳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축소판이며, 인류 모두가 직면한 미래의 경고음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발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며, 기후위기를 국가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아르헨티나가 처한 현실은 곧 전 세계가 마주할 시험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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