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미국과 중국이 로보택시 상용화를 본격화하며 도시 교통망 속으로 빠르게 편입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안전요원 동승과 제한된 운행 구역 등 규제에 묶여 무인 주행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격차를 벌리는 사이 한국은 상용화 시험대조차 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로보택시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53억달러(약 7조3700억원)에서 2032년 2626억달러(약 365조403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시장 선점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웨이모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애틀랜타 등 5개 도시에서 무인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주간 호출 건수는 25만건을 넘는다. 또한 테슬라는최근 로보택시 앱과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자사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 네트워크를 북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전날에는 아마존 자회사 ‘죽스‘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체 개발한 무인차로 무료 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역시 바이두가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15개 도시에서 1000대 이상을 투입해 ‘아폴로 고(Apollo Go)’ 호출 서비스를 상업화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운행 횟수는 1100만건을 돌파했다. 지방정부는 무인 운행 허가 구역을 넓히며 제도를 신속히 보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시행착오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규제를 먼저 풀고 문제를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시장을 개방한 뒤 제도를 손질하는 전략은 기업들로 하여금 다양한 도심 데이터를 확보하게 만들었고, 이는 안전성 강화와 알고리즘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서울 강남, 청계천, 세종시 일부 구간에서만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운행 시 안전요원 동승이 의무여서 사실상 무인 주행은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가 2027년 레벨4 승용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업계에서는 “지금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실제 운행 차량 수도 30대에 못 미친다.
2020년 제정된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일부 규제를 완화했지만, 사고 책임과 보험 체계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나 노인 보호구역에서는 무인 주행이 금지돼 도심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오히려 해외에서 실증을 진행하며 데이터를 쌓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택시 면허 제도도 이러한 로보택시 상용화를 더뎌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한 장 가격은 1억5000만원을 넘는다.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수억 원을 투자해 면허를 구입했기 때문에, 로보택시 도입은 재산 가치와 일자리를 동시에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최근 서울시 택시 조합이 “로보택시도 면허를 사서 운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타다 사태’에서 업계 반발로 서비스가 중단된 전례처럼, 이번에도 기득권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와 제도 정비 없이는 자율주행택시의 본격 상용화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발전만으로는 시장 안착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어린이·노인 보호구역 등 무인 운행이 법으로 금지된 구간이 많아 실제 사업 설계가 어렵다”며 “시장 규모가 작고 인력 양성도 뒷받침되지 않아 스타트업이 뛰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중국은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실제 도로에서 데이터를 쌓으며 제도를 고치지만, 한국은 사전 허가 중심이라 사실상 테스트조차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해외 기업이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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