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가 곧 안전은 아니다”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이제는 ‘조건부 허용’ 검토할 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금지가 곧 안전은 아니다”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이제는 ‘조건부 허용’ 검토할 때

경기연합신문 2025-09-11 12:25:55 신고

3줄요약
▲ 이미지 클릭 시 청원링크로 이동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모든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이례적이며, 현재 유사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라오스, 파키스탄, 태국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 이 같은 규제를 지속하는 것은 국제 기준과의 괴리는 물론, 교통정책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조건부 통행을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되며, 사회적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 최대 바이크 커뮤니티인 ‘바튜매(바이크 튜닝 매니아)’에서도 같은 취지의 청원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수많은 라이더들이 목소리를 보태고 있다.

현행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형평성 결여다. 이륜차는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로 분류되어 자동차세 납부, 보험 가입 등 모든 법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전용도로에 대한 접근은 배제되어 있다. 이는 공공 인프라 이용권에 있어 불합리한 차별로 이어진다.

안전 측면에서도 통행 금지를 정당화하는 명분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통계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사고에서 이륜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며, 치명사고 비율 또한 승용차(65%)나 대형트럭(15%)에 비해 낮은 8% 수준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이륜차 사고는 교차로, 신호, 횡단보도 등이 집중된 도심 일반도로에서 발생하고 있어, 보다 통제된 환경인 전용도로로의 통행이 오히려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교통환경과 이륜차의 사회적 역할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륜차는 개인 이동수단을 넘어 배달 및 물류 산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통근 및 관광·레저용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전기 이륜차 보급 확대, 1~2인 가구 증가, 친환경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 증가는 현행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전용도로 운영 기준은 여전히 30~40년 전의 사고 데이터를 근거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급변하는 교통 및 산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제도만 고착화되어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 왔다. 일본은 125cc 초과 이륜차에 대해 통행을 허용하되, 초보자 운전자 제한 및 속도 규제를 병행하고 있으며, 대만은 배기량 기준에 따라 Expressway 및 Freeway에 대한 점진적 통행 허용을 도입했다. 영국, 독일, 미국 등도 일정 기준을 충족한 이륜차에 대해 고속도로 이용을 허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이륜차 전용 차로를 주요 고속도로에 설치해 사고율을 30% 이상 낮추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한 금지보다는 조건부 허용과 관리 중심의 정책 전환이 세계적 추세임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금지를 합헌으로 판단하면서도, 보충의견을 통해 조건부 허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남겼다. 서울시는 2025년부터 양재대로의 자동차전용도로 지정을 해제하고, 이륜차 통행을 허용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실험도 시작되고 있다.

조건부 통행 허용은 단순히 이륜차 이용자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다. 이는 안전 기준 마련, 단계적 허용, 교육 및 단속 강화, 인프라 개선 등 종합적인 안전 대책과 병행될 때 모든 시민의 안전과 형평성, 교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공공정책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규모 시범 운영 → 효과 검증 → 점진적 확대’ 방식은 이 사안에도 적용 가능하다. 실제로 작은 실험이 축적되어 큰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으며, 이는 이륜차 통행 허용 문제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통안전은 단순히 규제 강화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 정책 설계와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 운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륜차의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문제는 단지 하나의 교통 규제를 넘어서, 대한민국 사회가 시민의 권리, 안전, 그리고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시민의 공감과 참여가 뒷받침된다면, 이 작은 청원이 국내 교통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Copyright ⓒ 경기연합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