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은 ‘삼겹살데이’다. 혹자는 ‘무슨 데이’는 상업주의의 유치한 상술이라고 폄하하지만, 일개 음식이 국경일인양 1년의 하루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그의 대중적 위상을 잘 드러낸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삼겹살데이를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삽겹살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인의 소울푸드이자 국민 음식으로 인식 된지 오래다. 단순히 돼지고기의 한 부위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경제·문화적 흐름 속에서 한국인의 삶의 바로미터로 함께하고 있다.
'세겹살'로 불렸던 삼결살의 처음은 실로 미약했다. 삼겹살은 1970년대 수출 중심 경제 정책과 함께 대량 사육이 시작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주로 하찮은 부위로 취급받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소득 증가와 함께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매김하며 명실상부 오늘에 이르렀다.
한편 삼겹살하면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 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이 언제나 함께 동고동락하는 물건이다. 바로 가위다. 그 기원이 AD 천년이 넘는다는 그 가위가 맞다.
주로 종이나 천을 자르는 가위가 고기를 자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으로 나름 역사가 깊다. 이 시기에 고급 갈비집에서 소갈비를 자르는 데 사용된 것이 계기가 되어, 냉면 등 다른 음식에도 가위 사용이 확산하였고, 이후 주방용 가위가 보편화하면서 다양한 고기를 자르는 데도 널리 쓰이게 되었다.
특히 오늘의 주인공인 삼겹살처럼 얇게 썰어야 맛있는 고기를 자를 때 편리하고 위생적인 도구로 인식되면서 삼겹살과 가위는 서로 땔 레야 땔 수 없는 숙명적인 인연이 되었다.
그런데 한국인의 소울프드인 삼겹살과 그의 영혼의 단짝인 가위가 언젠가부터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에서는 소위 삼겹살은 건강한 음식, 가위 사용은 핫한 문화로 인식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인이 가위를 사용하게 만든 마법의 음식, 삼겹살. 일본어로도 ‘사무교푸사루’라 읽는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식 삼겹살이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기준에서는 맛있는 음식인데, 어쩐지 일본에서는 건강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삼겹살은 갖은 쌈채소를 제공한다_『요즘, 일본』(20~21쪽)
삼겹살 대유행은 엉뚱하게도 일본인에게 조리 도구로서 가위의 효용성을 증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한식당에서 가위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이상으로, 일본 야케니쿠 가게에서 가위의 사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삼겹살 가게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것이 진짜 문화전파이며 한류가 아닐까?_『요즘, 일본』(21~22쪽)
일본인의 이런 반응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을 포함한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해서 가장 충격을 받으며 아연실색하는 대목이 바로 ‘고기(음식)를 가위로 잘라 먹는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십수년 전, 외국 미녀들이 수다를 떠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녀들은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로 '가위로 고기(음식)를 자르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고, 점차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왜일까? 처음에는 거부감을 가지던 문화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핫한 문화로 뒤바뀌어 다른 나라의 일상에 전파되는 모습.
문화가 전파되는 모습은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그 문화 고유의 ‘쿨함’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쿨함’은 전부는 아니라도 상당 부분 경제력에서 나온다._『요즘, 일본』(22쪽)
한국은 6.25 전쟁 이후,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 중화학 공업,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정보통신 기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오늘의 ‘한류’를 태동시켰다. 그리고 이제 한류는 전 세계의 가장 핫한 문화로 전파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우뚝 섰다.
'문화는 힘'이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에 새삼 위대함을 느낀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진정한 문화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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