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경찰청
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가족을 대상으로 범행으로 나타난 가운데 같은 범죄라도 부모가 자식을 죽인 경우 형량이 더 낮게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녀 살해(비속살해)에 대한 형량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이 공개한 ‘2024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살인 혐의 피의자 276명 중 배우자·부모·자녀·친인척 등을 상대로 한 범행이 131명(47.5%)에 달했다. 가족을 상대로 살인을 저지른 사례는 2020∼2022년 30% 안팎이었지만 2023년 전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까지 포함하면서 291명 중 160명으로 약 55%로 급증했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전체 사건 절반에 가깝지만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비속살인의 형량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존속살인에 비해 크게 낮다.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선고된 1심 판결문 82건, 85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자녀 등 비속살해의 평균 유기징역 형량은 7.7년으로 부모 등 존속살해(15.7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53명 모두에게 집행유예 없이 실형이 선고됐고 절반 이상(31명·58.5%)이 15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았다. 12명(22.6%)은 징역 10∼14년, 2명(3.8%)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반면 비속살해는 피고인 32명 중 22명(68.8%)이 징역 3∼9년에 그쳤고 4명(12.5%)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비속살해 사건 29건의 피해자 대부분(23건·79.3%)은 미성년자였다. 형법에서는 존속살해를 사형이나 무기징역, 7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했으나 비속살해는 일반 살인과 처벌 기준이 같아 5년 이상 징역형부터 시작한다.
비속살인과 존속살인의 형량 불균형의 논란 사이에선 대책 방향도 엇갈린다. 법조계 관계자는 “살인죄는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따라 가중처벌되는데 한국의 경우 옛오래 전부터 이어진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효 사상이 중요시돼 존속살인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다”며 “최근 유교영향도 줄어들고 비속의 범위가 넓은 만큼 비속살인의 형량을 높이기보다 존속살인도 보통살인의 기준으로 두고 양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에선 비속살인 역시 존속살인과 마찬가지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판사가 각각의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범행 동기 등을 다각도로 판단해 양형하는 점을 고려해 비속살인의 형량을 높이기보다 존속살인도 보통살인의 기준을 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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