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웃기려고 무대에 올랐다가 진심이 묻어나면, 그게 제일 오래갑니다"
어느 연출가의 이 말처럼, 웃음의 무게는 의외로 묵직하다. 누군가의 하루를 환하게 만들기도, 사회를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웃음이다. 그리고, 그 웃음을 10년간 지켜온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이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난쟁이들'은 전형적인 ‘동화 비틀기’로 시작된 작품이다. 백설공주나 인어공주처럼 늘 중심에 서 있던 캐릭터들 뒤에 숨어 있던, 말하자면 ‘조연의 삶’을 살아온 난쟁이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패러디에 머물지 않았다. “왜 우리는 늘 조연이었는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지금 어떤 역할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되며, 많은 관객들의 웃음 뒤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사실 동화 속 인물들이 어른들의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쟁이들'이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이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어른이 된 우리들의 현실’을 조롱하면서도 품어주는 방식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포기한 인어공주, 왕자와 결혼하고도 허망함을 느끼는 백설공주, 왕자를 흉내 내려 발버둥치는 난쟁이들. 어딘가 모르게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자화상처럼 보이지 않는가.
지난 시즌 '난쟁이들'은 단지 공연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숏폼 콘텐츠의 대중적 성공은, 이 뮤지컬이 얼마나 영리하게 시대와 소통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표 넘버 ‘끼리끼리’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안무 덕에 SNS에서 커버 영상 열풍을 일으켰고, 공식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 6,600만 회를 돌파했다. 이는 단순한 바이럴을 넘어, 소극장 창작 뮤지컬도 대중성과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10주년 공연에서는 익숙한 얼굴과 새로운 얼굴이 조화를 이룬다. 찰리 역에는 기세중, 최민우, 신주협이, 빅 역에는 조풍래, 류제윤, 장민수가 캐스팅되며 중심축을 단단히 잡았다. 여기에 인어공주 역의 박새힘과 박슬기, 백설공주 역의 안상은과 박시인 등, 상반된 매력을 지닌 배우들의 더블 캐스팅은 동일한 캐릭터에 전혀 다른 결을 부여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왕자 3인조와 조역을 맡은 다수의 배우들은 1인 2역을 소화하며 극의 유쾌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이끈다. 이처럼 이번 시즌은 단순한 재공연이 아닌, 10년의 시간을 응축해 보여주는 집약적인 ‘축제’가 될 것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계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코미디 장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자칫 ‘가볍다’고 치부되는 웃음을 10년간 지켜낸 것은, 그 속에 시대정신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난쟁이들'은 결코 ‘착한’ 뮤지컬이 아니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때로는 타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을 유쾌하고 발칙하게 풀어내는 힘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고유의 무기다. 어쩌면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지만, 각자의 무대에서는 충분히 빛날 수 있다”고.
다가오는 11월 5일, '난쟁이들'은 다시 무대 위에 선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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