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사례관리1팀 이기욱 과장. ⓒ초록우산
“아이를 처음 비행기에 태워주고 싶어요. 가족 모두 해외여행을 가보려고 해요.”
위탁부모의 목소리에는 설렘이 가득 담겨 있었다. 복잡한 제도가 이 가족의 꿈을 멈춰 세울 거라는 걸 알지 못했던 우리는 그저 함께 기뻐했다.
이 가족을 처음 만난 건 아이가 생후 몇 개월 무렵이었다. 학대로 인해 위탁된 아이를 처음 맞이했을 때, 위탁부모는 큰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다. 이미 초등학생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지만, 다시 신생아를 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위탁가정이 되기 위해 이수한 교육에서 얻은 배움과 다짐을 바탕으로, 부모는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부터 다시 육아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밤마다 이어지는 울음,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기저귀 갈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돌봄의 순간마다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끌어안았다. 아이가 조금씩 웃음을 되찾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위탁부모에게도, 곁에서 함께 지켜본 우리에게도 큰 감동이었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첫 해외여행을 계획했다는 소식은 더없이 반가웠다.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만남이었지만, 이 가족은 누구보다 ‘진짜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들도 막내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그 설렘은 제도의 벽 앞에서 멈췄다.
위탁아동이 해외여행을 가려면 친권자의 동의, 관할 지자체의 승인, 보건복지부 협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정은 번거롭고, 결코 빠르지 않다. 결국 이 가족은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여행으로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지금도 위탁부모의 지극한 사랑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소중한 일상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왜 ‘여행’조차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걸까. 보호라는 이름으로 아이의 일상이 지나치게 제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초록우산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사례관리1팀 이기욱 과장. ⓒ초록우산
보호는 단순히 위험에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는 아이가 사랑받고 존중받으며 세상과 연결되는 경험까지 포함해야 한다. 해외여행은 단순한 여가가 아니다. 가족이 함께 새로운 세상을 보고, 다른 문화를 배우며, 추억을 쌓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데 ‘위탁아동’이라는 이유로 이런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면, 아이가 가족 안에서 겪어야 할 평범한 성장의 순간들이 사라지고 만다.
현장에서 절실히 느끼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위탁부모는 위탁아동을 친자녀처럼 돌보며 차별 없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응급수술, 병원 입원, 학교 입학, 휴대전화 개통, 여행 등 일상적인 상황마다 법적 권한의 한계로 어려움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소외감과 차별을 경험하지 않을까, 또 위탁가정의 다른 자녀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지는 않을까 위탁부모는 늘 걱정한다.
아이들이 더 이상 ‘위탁’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지 않고, 평범한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또다시 상처받지 않고 가정의 따뜻함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이제 제도가 아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야 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