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에 걱정·비판 글…호신용품 구매하고 픽업해주는 학원 문의
경찰, 휴대전화 포렌식 등 통해 조직범행·증거인멸 정황 보강수사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최윤선 기자 = 서울 서대문구 유괴 미수범들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가운데, 잇따르는 강력 사건에 학부모들 불안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유괴 미수 일당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검토에 나섰다.
마포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는 이양원씨는 이번 유괴 미수 사건을 계기로 아이를 위한 호신용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이씨의 아이는 2학년이 된 지난해부터 방과 후 홀로 집으로 오고 있다.
이씨는 "혼자 하교하는 게 늘 불안해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며 "일단 호루라기를 하나 사서 아이 가방에 넣어줄 것"이라고 7일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는 마포구 '맘카페'에는 "구속영장 기각이 이해가 안 된다", "그들(판사) 자녀들은 다 컸나 보다"라는 비판적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쇼핑몰에는 아동이 긴급한 상황에 쓸 수 있는 호루라기와 경보기, 후추 스프레이 같은 호신용품이 판매 중이다. 한 판매업체 대표는 통화에서 "최근 스토킹, 칼부림 등이 겹치며 매출이 10%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주변 소리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한 '위치 추적' 앱도 인기인데, 7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누적 5천만회 이상 다운로드 됐다.
방과 후 학교 정문에서 아이를 버스로 태워 가는 사교육업체를 찾는 문의도 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집 앞까지 안전히 데려다주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며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등하교 지도를 하기 때문에 학원에 등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워킹맘 이모(41)씨도 같은 이유로 초등학교 2학년생 아들을 태권도·영어·피아노 학원에 보내고 있다. 이씨는 "월 90만원 수준의 사교육비가 부담되지만 아이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유괴 미수 사건을 맡은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해 재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지난 영장 신청 당시 끝나지 않았던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이들이 누군가로부터 지시받았거나, 조직적으로 범행을 모의했던 것은 아닌지, 증거 인멸을 하려 한 정황은 없는지 등을 보강 수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2020년 158건에서 지난해 316건으로 4년 만에 2배 증가했다.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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