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도 보기 힘들다…" 사라져가는 ‘한국 토종 민물고기’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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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도 보기 힘들다…" 사라져가는 ‘한국 토종 민물고기’ 정체

위키푸디 2025-09-04 22: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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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강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잔잔한 물결 아래 무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살이 센 구간에서 바닥 모래와 돌 틈을 따라 몸을 숨기는 작은 물고기다. 크기는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인 이 물고기의 이름은 바로 감돌고기다.

감돌고기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금강과 낙동강 일부에서만 살아남아 있다. 몸길이가 10cm 안팎에 불과하고 색도 흐릿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생김새는 유난히 길쭉하고 입이 아래쪽에 붙어 있어 돌 사이를 파고들며 먹이를 찾기에 알맞다. 강바닥 모래를 뒤지며 작은 수서곤충과 유기물을 먹고 산다.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정작 한국인 대부분은 이름조차 모른다. 물고기잡이 경험이 많은 어민조차 흔히 못 본다고 말할 정도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수질 오염과 하천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이제는 일부 구간에서만 어렵게 찾아볼 수 있다.

강바닥에 숨은 한국 고유종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는 잉어목 잉어과에 속한다. 같은 과에 속한 붕어나 잉어는 흔히 낚시로 잡히지만, 감돌고기는 일반인에게 낯설다. 작은 몸집에 비해 입은 아래쪽에 달려 있어 모래를 헤집으며 먹이를 빨아들이는 습성이 강하다.

몸빛은 연한 갈색에 가까워 강바닥 자갈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보호색이 뛰어나 천적을 피하기 유리하다. 또한 지느러미가 짧고 단단해 거센 물살에도 쉽게 떠내려가지 않는다. 이렇게 환경에 특화된 형질 덕분에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았지만, 오히려 그 좁은 서식 환경 때문에 지금은 멸종 위험에 놓였다.

특히 감돌고기는 여울이라 불리는 물살이 빠른 구간에서만 발견된다. 물이 맑아야 살 수 있고 산소량이 충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탁해지면 생존이 어렵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이 감돌고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사라져가는 이유와 보존 움직임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의 개체 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급격히 줄었다. 하천 정비 사업으로 여울 구간이 사라지고, 농업용수 개발로 강의 유속이 변하면서 서식지가 파괴됐다. 공업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흘러든 것도 치명적이었다. 깨끗한 물에서만 살 수 있는 어종이라 오염에 가장 먼저 피해를 본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1998년 감돌고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했다. 현재는 금강과 낙동강 일부 지류에서만 확인되고 있으며, 연구진이 산란기를 맞아 인공 증식과 방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개체 수가 워낙 적어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감돌고기를 단순한 희귀 어종이 아니라 하천 생태계의 지표종으로 본다. 서식 여부만으로도 강의 수질과 환경 상태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맑은 물과 건강한 여울이 있어야만 감돌고기가 산다. 

사람들 기억 속에 남은 이름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 자료 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감돌고기는 식용으로 쓰인 적이 거의 없다. 크기가 작아 잡히더라도 반찬거리가 되기 어려웠다. 어린 시절 강에서 뛰놀던 사람들은 “한두 번쯤 잡아본 기억이 있다”고 말하지만, 이제는 그조차 드물다.

민속적 전승도 일부 남아 있다. 예부터 감돌고기가 많이 보이면 강물이 깨끗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반대로 자취를 감추면 오염이 심하다고 여겼다. 어민들이 물길을 가늠하는 지표로 삼았던 셈이다. 지금은 과학적 조사로 수질을 측정하지만, 옛사람들은 이미 감돌고기의 존재를 통해 강의 상태를 가늠했다.

한국에만 사는 감돌고기는 세계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좁은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란 점에서 생물학적 희귀성이 높다. 학계에서는 감돌고기를 지키는 일이 단순히 한 종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한국 고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핵심이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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