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개발 중단, 협력사 일감 축소…'혈세 먹튀' 단골손님 한국GM 철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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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개발 중단, 협력사 일감 축소…'혈세 먹튀' 단골손님 한국GM 철수설

르데스크 2025-09-04 15:55:16 신고

최근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에 자리한 '부평국가산업단지' 일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산업단지의 중추 공장으로 불려 온 한국GM의 국내 사업 철수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한국GM 본사 주도의 신차프로젝트 3건이 최근 잇따라 중단되고 협력업체들의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게 철수설의 근거로 지목됐다. 한국GM의 고질적인 실적 부진과 시장 점유율 추락 등도 철수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GM은 "철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군산공장 문을 닫을 때도 철수설을 강하게 부인한 전례가 있는데다 해외에서도 혈세 지원을 받고도 끝내 철수한 사례도 많아 사태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라진 신차 프로젝트, 협력사 일감 축소에 한국GM 부평공장 주변 긴장감 고조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앞서 한국지엠은 3종의 패밀리카 신차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생산기지까지 거론됐을 정도로 실제 사업진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지난 2023년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이후 신차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신차 출시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 최근 한국GM은 돌연 신차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단 원인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보니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철수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GM부평공장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한국GM은 협력업체들을 모아 설명회를 열었을 정도로 패밀리카 신차 개발 프로젝트에 열의를 보였는데 지난달 돌연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며 "신차 프로젝트 수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에 실망감도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한국GM이 신차 개발을 중단했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며 "한국GM이 2019년 군산공장 철수를 기점으로 한국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왔다는 점에서 사업 철수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귀띔했다.

 

르데스크가 직접 찾은 한국GM 부평공장이 자리한 부평국가산업단지 일대에는 이미 '한국GM 철수'에 대한 불안감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단 내에는 한국GM 의존도가 큰 협력업체들이 다수 밀집해 있는데다 산단 수요를 타깃으로 한 상권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과 주변상권 상인들은 이미 한국GM 일감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완전히 공장 문을 닫아버리면 지금처럼 근근이 버티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 최근 한국GM 철수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GM 부평공장 입구 전경 ⓒ르데스크

 

산단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이호섭(60·남) 씨는 "부평 국가산업단지는 사실상 GM공장으로 돌아가는 곳이다"며 "최근 10년간 한국GM이 어려워지면서 그만큼 일감도 줄어들다 보니 협력업체 직원들도 많이 줄었고 주변 상권도 예전만 못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주변에 빈 사무실과 상가가 많은데 완전히 철수해버리면 일대 지역은 완전히 초토화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국GM 직접고용 인력 규모는 약 8000명이며 비정규직까지 합치면 1만명 이상이다. 여기에 1·2차 협력업체까지 고려한다면 한국GM 관련 고용 인력은 수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호주·인도·유럽도 당했다" 한국GM 철수설에 해외 '먹튀' 사례도 재조명

 

완성차업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GM 철수설이 등장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경쟁력 약화에 따른 만성적 영업부진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81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했다. 7월 판매량은 1226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4.2%나 감소했다. 반면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10% 안팎 수준을 보였던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은 1% 수준까지 추락했다.

 

한국GM의 모기업인 GM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철수를 단행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나라 별로 철수 이유는 달랐지만해당 국가 정부의 지원을 받고도 사업 부진을 겪었다는 공통점도 존재했다. 일례로 GM은 오랜 기간 호주 브랜드 홀덴(Holden)으로 현지에서 차량을 생산해 판매했으나 2013년 호주 정부가 자동차 산업 보조금을 축소하자 "지원 없이는 생산 불가능하다"며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신차 공급 중단, 서비스망 축소, 공장 폐쇄 등의 과정을 거처 2017년 호주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유럽에서도 GM은 EU의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와 경쟁 심화를 이유로 2017년 오펠(Opel)과 복스홀(Vauxhall), PSA(현 스텔란티스) 등을 매각하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인도에서도 인도 정부의 해외 기업 규제와 자국기업보호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 부평산업단지는 한국GM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곳이다. 사진은 부평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GM 협력업체. ⓒ르데스크

  

GM은 호주, 유럽, 인도 등에서 철수하기 직전까지 경쟁력 약화에 따른 사업 부진에 시달렸으며 그 와중에도 해당 국가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호주 홀덴의 경우 2001년~2012년까지 총 17억호주달러(약 1조700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받았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스웨덴 정부 등으로부터 약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 수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는 2015년 GM 할롤·마하라슈트라 공장에 약 800억루피(약 1조25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아직 철수는 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한국GM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을 통해 8100억원 가량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한국GM의 먹튀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M의) 무책임한 구조조정과 일방적인 철수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GM은 철수가 아닌 지속적인 고용과 투자 계획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며 "GM은 과거 벨기에, 독일, 호주, 스웨덴 등에서도 정부 지원만 받은 뒤 철수한 사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 GM은 과거 다른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고도 철수해 논란에 휩싸인 적 있다. 사진은 호주 GM홀덴 공장 폐쇄 후 활기를 잃은 마을의 모습. [사진=모나쉬 대학교]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GM이 사업 철수를 무기로 한국 정부에 다양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GM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 약정이 2027년 만료된다"며 "부평이나 창원 공장 중 하나를 폐쇄하면서 정부에게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GM 또한 앞서 철수한 다른 국가들과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다"며 "지역 경제와 일자리를 명목으로 정부에게 보조금 등을 요청한 후 지원불발되거나 만기된 후 철수 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경제와 일자리를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을 중점에 두고 GM에 대한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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