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첫 개인전’ 작가 하수민, 성실한 근성이 만든 ‘시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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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개인전’ 작가 하수민, 성실한 근성이 만든 ‘시간성’

문화매거진 2025-09-02 15:42:03 신고

▲ 하수민 작가가 오는 13일까지 서울 유엠갤러리에서 개인전 'SURFACE: 포면들'을 개최한다 / 사진: 하수민 제공
▲ 하수민 작가가 오는 13일까지 서울 유엠갤러리에서 개인전 'SURFACE: 포면들'을 개최한다 / 사진: 하수민 제공


[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사진은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보존할 수 있게 만든 그림이다. 물체로부터 오는 광선을 카메라 렌즈로 모아 감광막에 노출시키는 것이 그 원리다. 

작가 하수민의 회화는 이 렌즈로 미처 담지 못한 것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시작된다. 셔터를 누른 뒤 물감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순간을 간접적으로 체험시킨다. 우리는 흔히 축하, 환희, 유쾌함 같은 긍정적 감정을 위해 사진을 남기지만, 이 장면이 개별적 삶에 녹아들면 오히려 복잡하고 다면적인 정서로 치환되기도 한다. 동일한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기록한 주체가 타인이라면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가 하수민이 지난달 2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유엠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SURFACES: 표면들’을 열고 관객을 마주한다. 이를 기념해 문화매거진과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예전 작업까지 꺼내 보며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어 뜻깊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요. 아쉬운 부분이라고 하면... 저는 원래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스타일인데, 작품을 벽에 걸어놓다 보니까 제가 드러내고 싶었던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 그래서 잘 와 닿지 않는 느낌도 들더라고요. 다음 전시에선 그걸 극대화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그는 낡은 필름 사진을 화판 크기로 확대하고, 그 이미지의 흐려진 외곽선과 바랜 색감을 동양화 방식으로 풀어낸다. 붓으로 겹겹이 쌓은 물감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시간’ 그 자체의 물성을 가시화한 것이다. 그래서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언제 찍혔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장면에 자신이 없었다는 사실, 기억되지 않은 채로 남은 잔류의 감각에 주목한다. ‘시간성’과 ‘작가 하수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시간성에 대한 본론적인 이야기랄까. 지금까지는 이미지를 잘 드러내는 데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조형적으로 변형이나 생략 같은 걸 과감하게 해서 주제에 좀 더 걸맞은 이미지가 나올 수 있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다시 운을 뗐다.

“‘시간성’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제 성격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집착도 심하고 후회도 심하고 (웃음)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려고 누웠을 때 ‘실수한 거 있나?’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지나간 일을 붙잡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체계적인, 계획적인 사람은 또 아니라 현재에 충실한 다음 회고하는 성향이에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 많았어요. 이런 성격 덕에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어찌 보면 개인적인 성향과 관심사가 작품 주제까지 잡힌 거죠.”

▲ 96.12.13, 장지에 채색, 91x116.8cm, 2024
▲ 96.12.13, 장지에 채색, 91x116.8cm, 2024


그래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도 ‘96.12.13’이다. “작품 속 인물은 할머니예요. 다른 필름 사진 같은 경우는 그 찍힌 의도나 상황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원본 사진은 ‘왜 찍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공간도 아니었고 기념일도 아니었거든요. 그럼에도 찍혔다는 그 사실부터 의구심이 들었어요. 여기서 살을 붙이려고 했어요. 원래 갖고 가던 주제인 시간성을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변형도 적극적으로 했고요. 내용에 살을 붙인다기보다는 작품의 이미지화를 시도했던 거죠. 애정이 많이 갑니다.”

‘개인적인 성향과 관심사’가 작품 주제로 이어져, ‘시간성’이라는 하수민만의 개념을 완성시켰지만 이는 뼈아픈 피드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를테면 하수민의 작품 속 인물이나 장소가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을 자아내기 힘들다는 것. ‘하수민의 일기장’이라는 비평은 그에게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학교 다닐 때 그림 평가해주시는 분들께 ‘공감이 어렵다’, ‘너만 보려고 그린 그림이냐’라는 피드백을 종종 받았어요. ‘개인 일기장처럼 보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말이었죠. 제 주제를 그대로 가져가되 설득이 될 만한 색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딜레마지만... 그래서 경험이 더 쌓여야 할 것 같아요. 현재 제가 가진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고요.”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그럼에도 회화라는 반복과 삭제의 행위를 통해 ‘하수민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어 뜻깊다. 그도 스스로의 장점을 “성실함”이라고 꼽았다. 아주 겸손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 ‘성실함’을 언급한 그는 “근성”이란 단어로 이를 부연했다.

“제가 작품을 대단히 많이 그리는 건 아니지만 작품 속에서 제 성실함을 느낄 만한 요소가 있다고 봐요. 작업할 때 마음에 들 때까지 꽂혀서 계속 계속 그리는 거예요. 완성이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근성은 있어요.”

‘근성’은 곧 ‘자기표현’이다.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게 어려운 사람이라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는 “제 이야기를 하거나 표현하는 방식으로 적합한 게 지금의 작업 방식인 것 같다”며 “다른 직업을 가져봤으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으나, 지금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계속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자존감이 낮아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까.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는 부분에서 자기만족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취감이 있잖아요. 물론 대중과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서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겠죠. 그림 걸고 여태까지 해온 걸 훑어보면서 어떤 게 부족한지, 어떤 길로 나아갈지 고민했으니 분명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간 되실 때 갤러리에 들러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 전시 전경 / 사진: 하수민 제공


[작가 이력]
2014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2020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학사 졸업
2023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석사 수료

[단체전]
2021 연유, art dorm 관악사 
2021 사유와 휴식, 갤러리카페 봄
2021 enjoy, art dorm 관악사
2022 art space,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2023 trace the trace: 흔적의 흔적, 금산갤러리
2023 빌라다르 2023,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24 시시각각(視視各各), 서울대학교 우석갤러리
2025 머리 어깨 무릎 발, 서울대학교 우석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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