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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2020년 8월 6일, 경기도 소재 식품회사 D의 공장 사무실 2층. 대표이사 A씨가 39세 여성 E씨에게 투자 제안을 하고 있었다.
“먹태를 생산해서 판매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활로가 막혀 마스크를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장에 마스크 생산기계가 3대 정도 있는데, 마스크 사업이 잘 되어서 추가로 25대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먼저 2대만 투자하세요”
A씨는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 “마스크 생산기계 2대 구입대금 1억1000만원을 주면 그 돈으로 마스크 생산기계 2대를 구입한 후 마스크를 제조, 판매해 월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의 수익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영업이사 B씨도 옆에서 거들었다. “마스크사업은 제가 총괄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사업이 잘 되고 있으니 A가 말한대로 수익금을 줄 수 있습니다.”
투자 제안을 받은 다음 날, E씨는 D사 명의 계좌로 1억10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약속된 마스크 생산기계 2대는 공장에 설치되지 않았다.
E씨가 기계 설치를 독촉하자, A씨와 B씨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태풍 때문에 중국에서 배가 묶여 있어요.”
“중국에서 수출 관련 문제가 발생해서 기계가 출발을 못했어요.”
하지만 사실 피고인들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더라도 그 돈으로 D사의 식품 관련 사업비용으로 사용할 생각이었을 뿐, 마스크 생산기계 2대를 추가로 구입해 피해자에게 월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의 수익금을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과 동업, 투자금은 식품사업비로 전용
수사 결과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E씨로부터 받은 돈을 마스크 기계 구입에 쓰지 않고, 기존 식품 관련 사업 운영비용으로 사용했다.
더욱이 이들은 J씨라는 다른 인물과 동업 관계를 맺고, J씨 명의와 자금으로 마스크 생산기계를 구입하는 전혀 다른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E씨의 투자금은 이 과정에서 일부만 사용됐을 뿐이었다.
E씨가 원했던 것은 단순한 사업 투자가 아니었다. 마스크 생산기계 2대에 대한 소유권에 유사한 권리를 확보하고, 그 기계에서 생산되는 마스크 판매 수익을 얻으려던 것이었다. 계약서에는 계약 만료 후 E씨가 해당 기계 2대를 회수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국 E씨는 약속받은 월 수익금은 물론이고, 투자 원금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마스크 특수를 노린 완전한 사기였던 것이다.
특히 E씨가 대금 반환을 요구하자, 2021년 4월 4일 B씨는 투자금과 수익금 명목으로 2억8000만원을 자신이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해 주기도 했다. 이는 B씨가 단순한 직원이 아닌, 이 투자 사기에서 금전적 책임까지 질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강성진 판사는 지난달 피고인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해액이 적지 않고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으며, A씨는 범행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해자가 A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마스크 사업의 실체가 있었으며, 피고인들 모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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