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큰 회복"... 학대피해아동에게 가정위탁이란 든든한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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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큰 회복"... 학대피해아동에게 가정위탁이란 든든한 둥지

베이비뉴스 2025-09-01 14:29:18 신고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사례관리1팀 이나경. ⓒ초록우산 초록우산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사례관리1팀 이나경. ⓒ초록우산

아동들을 만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학대피해아동에게 필요한 두 가지, 즉 ‘즉각적인 안전’과 ‘믿을 수 있는 관계’이다. 폭력과 방임 속에서 구조된 아동이 회복을 시작하려면 불안을 낮추고 예측 가능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아동에게 가정위탁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동을 다시 삶의 축 위로 올려 세우는 든든한 둥지이자 회복의 동력을 만드는 제도적 해법이다.

가정위탁은 원가정에서 양육이 어려운 아동을 준비된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보호·양육하는 제도다. 핵심은 바로 ‘작은 집’이 제공하는 일상의 힘이다. 규칙적인 기상과 식사, 숙제와 놀이, 잠자리와 같은 일상적 경험은 아동의 불안을 낮추고, '나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감각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또한 위탁부모의 일관된 반응과 따뜻한 경계는 아동이 세상을 다시 신뢰하도록 만드는 정서적 토대가 된다.
 
현장에서 관찰되는 변화는 뚜렷하다. 혼자 끼니를 거르던 아동이 위탁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처음으로 천천히 웃음을 보이고 공격성과 회피가 교차하던 아동이 놀이치료와 학교-가정-기관 간 협력 상담을 통해 또래와 관계 맺는 기본 기술을 배우는 모습이다. 상실과 불신으로 닫혀 있던 마음이 지역 멘토링(예: 강원특별자치도아동보호전문기관 ‘2025 내가 그린 멘토링’ 등)과 소그룹 활동, 이상적인 성인 롤모델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소속감을 회복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긍정적 관계를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가정위탁은 단순히 아동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회복과 성장을 위한 일상의 연습장이 되는 셈이다.

가정위탁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좋은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기에는 아동의 트라우마 반응과 애착 특성을 세심히 살펴야 하며, 위탁가정에는 감정 조절을 돕는 대화법, 안전한 경계 설정,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이 체계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아울러 원가정과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친권자 상담과 면접교섭 조정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아동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이 보장된다. 이와 더불어 제도적 지원은 단순히 양육 과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위탁아동들은 법정대리인의 부재로 인해 금융거래나 행정 절차 등 일상생활에서 잦은 제약을 겪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위탁아동은 지원금 수령을 위해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 했지만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여러 기관을 오가야 했다. 결국 계좌 개설과 지급 절차가 수주일 지연되며 아동과 위탁가정 모두 큰 불편을 겪었다. 이처럼 반복되는 행정적 제약은 아동에게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불필요한 낙인감을 남기고 위탁가정에도 상당한 부담을 안긴다. 따라서 가정위탁이 회복의 장치로 진정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아동의 권리와 생활 편의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지원 체계가 반드시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제도가 갖춰질 때 가정위탁은 아동 회복의 실질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사회는 종종 거창한 대책을 요구하지만 아동의 회복은 작은 집에서 시작된다. 매일의 밥상, 오늘의 대화, 실수 후 다시 시도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시선, 그리고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아동을 살아가게 만든다. 가정위탁은 이러한 일상의 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다. 작은 집, 큰 회복. 가정위탁은 아동에게 단순한 피신처가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만나는 길이다. 필자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지원과 관심, 그리고 공동 노력을 이어갈 때 더 많은 아동이 오늘을 안전하게 살고 내일을 스스로 설계할 힘을 갖게 된다고 믿는다. 이 든든한 둥지를 더 많이, 더 촘촘히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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