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찰나의 생각들이 기록되어 모일 때, 광활한 우주의 단편이 그려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지 않았고, 작았고, 소소했다. 하지만 서너번을 정독하고 온 전시였다. 우갱 작가의 개인전에 다녀왔다.
“그래서… 제목이 뭔데?”
작가가 갤러리 입구에 써놓은 글귀다. 그걸 보고 있으니 우갱 작가가 슬며시 설명을 덧붙여 준다.
“제목과 같이 감상하시면 더 재밌습니다.”
열심히 보았다. 손바닥만큼 작은 그림들에 제목과 위트가 붙으니 하나하나가 단편영화 같았다. 어떤 것은 내가 처한 상황이나 기억과 맞물려 중단편의 소설이 되었다. 관람하는 이들 또한 비슷한지 모두 활기를 띠고 있었다. 재밌었다.
전시를 함께 진행하다 보면 후배나 동료가 그 선배에게, 동료에게 피드백을 구하는 장면을 종종 목격한다. 그 대답이 궁금해서 조용히 옆에 있으면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밀도’에 관한 이야기다. 주로 그림의 레이어가 어떻게 쌓였는지, 구성이 어느 부분에 집중되었는지, 색이 얼마나 촘촘히 올라갔는지 등에 관한 것이였다.
입시 미술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나는 ‘교육권 내에서는 저런 방식으로 말하는구나’하고 홀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이 지금 눈앞의 작고 단순한 점선면 그리고 갸냘프게 칠해진 컬러들에 퇴색되었다.
레이어를 잘 쌓는 시각적인 밀도 이전에 생각을 연상시키는 심정적인 밀도가 불특정 다수의 생기를 어떻게 끌어내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순수히 즐거운 기색들과 이를 끌어내기까지 작가가 짓고 묻었을 무수한 제목들이 어우러져 넘실대었다.
그리 크지 않은 갤러리가 광활한 우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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