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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6번 출구 7시’. 9월 3일 개봉하는 박준호 감독의 영화 <3670>은 극 중 또래 모임을 호출하는 퀴어들의 은어다. 함경도 출신 북향민이자 서울에서 게이 커뮤니티에 소속되고자 하는 성소수자 철준은 용기를 내 공동체에 발 들이며 모험을 시작한다. 영화를 보면 위태롭고도 단단한 철준의 얼굴에 궁금증이 피어날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처음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조유현이다. <3670>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를 시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디아스포라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썸머프라이드시네마 등에서 관객을 만난 뒤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조유현을 만났다. 생애 첫 인터뷰와 화보 촬영에 떨림을 드러낸 그는 되려 긴장감을 즐기는 듯 유연하게 촬영장을 활보했다. 바야흐로 놀라운 신예의 등장을 목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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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단편영화와 연습 영상을 봤어요.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요? 대학생 때 대외 활동으로 뮤지컬 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처음 연기를 해본 거죠. 클래스를 진행한 선생님이 뮤지컬 안무 감독님이셨는데, 저를 좋게 봤는지 뒤풀이 자리에서 연기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그걸 계기로 6개월 동안 쭉 고민했어요. 안 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결심하자마자 휴학한 뒤 서울로 왔어요.
서울에 와서 어떤 활동을 했나요? 배우와 함께 감독을 꿈꾼다고 했죠. 우선 안무 감독님을 찾아갔어요. 뮤지컬 배우 및 학생들과 뒤섞여 댄스 클래스를 2년 정도 함께하다 연기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영상 동아리의 단편영화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연기를 하다 보니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피어났어요. 나를 배우로 불러주지 않으니 내가 판을 만들어서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렇게 연출과 촬영, 편집 수업을 수강하고 웹드라마 회사에서 조연출로 일했는데, 연출팀에 있다 보니 다시 연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56세쯤 제가 연출한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게 꿈이에요. 그때까지는 우선 배우로서 집중하려고요.
영화 <3670>에는 어떻게 합류했어요? 감독님이 철준 역할 캐스팅을 오래 고민했다고 들었어요. 게이이자 북향민인 두 가지 이미지를 충족하는 배우를 찾기 어려우셨나 봐요. 그러다 우연히 2021년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제가 참여한 영상을 보셨다고 해요. 철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DM으로 연락을 주셨어요. 그렇게 미팅을 한 뒤 오디션을 봤는데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고 혼자 한탄했죠.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 이야기를 들으니 작품 경험은 적지만 철준의 내면을 잘 표현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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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마지막 장면의 철준을 비교하면 외양부터 표정과 자세까지 크게 달라졌어요. 촬영은 타임라인 순으로 진행됐나요? 순서대로 찍지는 않았어요. 촬영이 로케이션별로 진행되다 보니 철준의 집 장면을 이틀 동안 몰아서 찍었어요. 집에서 혼자 외롭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장면이나 영준과 통화하는 장면을 촬영한 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장면을 찍었죠. 혼자 있던 공간에 북적북적 온기가 흐르니 감정이 달라지더라고요. 실제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철준이 느꼈을 법한 감정이 다가왔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철준의 대표적 특징은 함경도 억양과 말투일 텐데요. 북한 출신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했나요? 연출부에서 북한 출신 유튜버를 사투리 선생님으로 섭외해주셨어요. 배우들과 두세 차례 모여서 배웠는데, 워낙 대사가 많다 보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북향민 커뮤니티에서 멘토링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마침 철준과 같은 함경북도 청진 출신 친구를 소개받아 대본도 같이 읽고 북한에 대해 궁금한 점도 물어봤죠.
이중 소수자성은 철준의 중요한 정체성입니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며 정상성을 획득하려는 동시에 퀴어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인물인데요. 철준을 이해하는 데 유념한 부분이 있었다면? 철준을 연기하기에 앞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에요. 처음에는 소수자성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나와 다른 점에 집중하다 보니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공통점에 집중했어요. 외국에 가면 우리 모두 이방인이 되어 불안감과 소외감을 느끼잖아요. 그러한 이방인의 감각을 가져가고자 했어요.
다크 그레이 재킷, 셔츠, 팬츠 모두 Dior. 스니커즈 Dolce&Gabbana. 아이웨어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시종 무던해 보이던 철준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은 친구들의 뒷담화를 들었을 때인데요.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철준과 비슷하게 바로 얘기하지 못하고 자리를 피할 것 같아요. 그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다시 찾아갈 듯해요. 철준이 모자를 집어 던지는 건 제가 제안한 행동이에요. 원래 대본에서는 몸이 부딪칠 정도로 행동이 더 과했어요. 감독님이 제게 철준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물으셔서 모자를 집어 던질 것 같다고 답했어요. 영준에게 맞히지는 못할 테고 바닥에 내동댕이칠 거라고요.
실제로 철준과 비슷한 면이 많나 봐요. <3670>으로 영화제에 방문하고 관객과 만나는 시간을 지나며 돌아보니 지금 상황이 철준의 여정과도 닮았어요. 영화제에 관객으로 가는 것과 초청을 받아 배우로 참여하는 게 완전히 다른 경험이더라고요. 철준이 그랬듯 여기에 받아들여진 것 같다는 소속감을 느껴요. 철준이 한국에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저도 이제 진정한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영화의 또 다른 중심축인 영준은 혼자일 때면 철준 앞에서와 다른 표정을 짓죠. 영준만 등장하는 장면은 스크린으로 처음 접했을 텐데 완성작을 보니 어땠나요?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에서 처음 영화를 감상하며 철준으로서 보지 못한 장면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촬영할 때는 영준의 감정을 확인한 적이 없으니 ‘영준이는 왜 이렇게 홀연히 떠나지?’ 의아했거든요. 혼자 있는 영준을 처음 본 듯한 느낌에 철준으로서 눈물이 났어요. 비로소 영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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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준이 영준에게 선물 받은 MP3로 음악을 듣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습니다. 철준이 남한 사회에 적응한 것 같아 다행스러운 한편, 고향을 그리워하던 시절과 멀어지는 듯해서 아릿했어요. 지방 출신으로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적응한 경험이 겹치지 않았을까 짐작해봤는데, 이러한 철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사실 과정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그런 감정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잖아요. 힘겹게 새로운 곳에 적응하고 시간이 지난 뒤 멀리 떨어져서 볼 때, 그제야 서글프다고 느끼는 것처럼요. 처음에 사람들이 이어폰으로 음악 듣는 걸 이해 못하던 철준은 혼자 있는 듯한 감각을 싫어한 것 같아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남한에 도착했기 때문에 혼자 남겨진 느낌을 두려워했을 거예요. 그러다 처음 이어폰을 귀에 꽂는 건 영준을 향한 그리움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요. 이어폰은 어쩌면 영준이 주고 간 용기겠죠.
그렇다면 관객 시점에서 마음에 남은 장면은 어떤 장면인지 궁금해요. 계속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느 정도 시간을 통과한 철준이 북한에서 온 친구들과 게임하다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터놓으려는 장면이에요. 용기가 생겨서 말을 꺼내려는데 학민 형이 ‘안다’라고 하죠. ‘행복해지려고 여기 온 것 아니겠니?’라는 학민의 말이 자꾸 맴돌아요.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소코도모의 곡 ‘회전목마’를 열창하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죠. 실제로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입상한 실력자인데 영화에서는 지르듯 부르더라고요. 감독님의 주문이 너무 잘 불러도, 너무 못 불러도 안 된다는 거였어요. 철준이라면 어떻게 노래할까 고민하다 노래를 많이 불러보지 않았을 테니 기교는 다 빼고 생목으로 최선을 다해 부르고자 했어요. 네댓 번 정도 촬영했는데, 목이 점점 아파오니 철준의 감정이 더 살아난 것 같아요.
조유현이 꿈꾸는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요? 제 몫을 다하는 배우. 직업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책임지고,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는 배우이고 싶어요. 거기서 더 나아간다면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몫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3670>이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이 영화가 어떤 관객에게 닿기를 바라나요? 과연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가닿을지 상상해봤어요. 철준처럼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처음 용기를 낸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참 좋겠어요. 또 조유현이라는 배우가 처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텐데, 관객이 저라는 배우와 저희 영화를 구석구석 응시해주길 바라요. 개봉 이후로도 영화는 무한한 시간 속에 놓일 테니 언젠가 출발선에 선 사람들에게 닿아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STYLIST 이혜빈
HAIR&MAKEUP 장해인
ASSISTANT 김서주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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