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너무 삭막해졌다.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의 끝이 어디가 될지 너무 걱정이 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5선 국회의원이자 이재명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인 정성호 장관은 2차 상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된 지난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9시간 이상 출석 대기하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글을 썼다.
정 장관은 "상법 소관 부처가 법무부이기에 법무장관이 표결 끝날 때까지 본회의장에 출석 대기해야 한다"며 "전에는 양당 교섭단체 대표의 동의로 차관의 대참도 허용돼 차관과 교대로 출석하는게 가능했다는데, 이번에는 일방이 동의 못 해준다고 해 꼬박 교대 출석 없이 24시간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필리버스터는 국회 소수당이 국민에게 반대 이유를 전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여당 의원 한 분이 끝까지 다 하는 바람에 우리만 우스꽝스러운 사람이 되고 말았다. 필리버스터는 적어도 시작과 끝은 그래도 소수당이 해야 한다. 다수당이 발언 기회를 다 차지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이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21일 방송3법 중 하나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서 다수당의 소수당에 대한 배려 부족을 지적했다.
두 사람이 강조하는 지점은 다를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 배려와 협치가 실종됐다는 인식 만큼은 동일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대화와 소통, 협치를 제안한지 두달여가 지났지만 정치권은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태를 반복할 뿐 그 누구도 먼저 대화와 소통, 협치를 위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쥔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민주당의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협치 선언에도 '내란 세력'이라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람하고만 악수하겠다"는 발언은 강성 지지층을 환호하게 할 수 있지만 입법권과 행정권을 모두 장악한 현 정권에 대한 여론의 우려와 경계심도 키울 수 있다.
국회의장 등을 역임한 당 상임고문들이 당 지도부와 상견례에서 "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해서는 안된다", "대통령은 통합에 방점인데 당은 몰아붙이면 안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건데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 등 조언을 한 것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상대를 적으로 보는 태도로는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한 야당의 협조와 여론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주력할 뿐 협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상계엄과 탄핵 프레임을 넘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 복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치 복원은 국민의 요구다. 단순한 수사를 넘어 먼저 행동으로 나서는 쪽을 국민은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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