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시(詩)를 종이에 눌러 썼더니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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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시(詩)를 종이에 눌러 썼더니 흩어졌던 마음이 제자리를 찾았다

독서신문 2025-08-22 11:02:36 신고

만약 시인이 화가라면, 시가 그림이라면, 나는 이 그림을 꼭 갖고 싶다. 돈을 모으고 낯선 화랑에 가서 “이 그림을 살게요”라고 말하고 싶다. 방에 걸어 두고 내 마음에 걸어 둔 듯 바라보고 싶다. 시인이 그려놓은 밤 산책을 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_ 「밤 산책」 중에서_(26쪽)

그 짧은 사이에도 우리는 한 편의 시를 좋아할 수 있고, 한 명의 시인을 좋아할 수도 있다. 또는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다. 잃어가는 좋아함을 회복한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일이다.

_ 「서시」 중에서_(40쪽)

외로움은 고약하지만, 치료해야 할 병은 아니다. 너도 나도 외롭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차라리 홀가분하다. 우리 모두 함께 외로운 것이라면 따로, 또 같이 외로워도 조금은 덜 외롭다.

_ 「정말 그럴 때가」 중에서(89쪽)

하여 사랑한다는 단어 하나 없이 뜨겁기만 한 이 시를 놓고 생각한다. 이 생에서 나는 누군가의 모국어인 적이 있었던가. 과연 누군가를 모국어로 받든 적이 있었던가.

_ 「문자」 중에서(155쪽)

다시 만날 수 없대도 사랑은 쉽게 끝나지질 않는다. 사랑하면서 걸었던 길을 왔던 만큼 되짚어 가야만 사랑은 비로소 끝이 날 수 있다. 그러니까 외롭게 돌아가는 마음의 복귀까지도 ‘사랑’이다.

_ 「사랑」 중에서(183쪽)

위로가 무력할 때에는 내가 아는 가장 아픈 시를 읽는다. 해설할 수도 없이 가장 아픈 마음을 함께 읽는다. 허난설헌의 자식 잃은 슬픔은 사백 년이 지나도 잦아들지 않았다. 시인의 슬픔은 시 밖으로 철철 넘쳐흐른다. 오늘의 슬픔이 그 슬픔과 다를 리 없고 다를 수 없다.

_ 「딛고」 중에서(243쪽)

상처는 순간이지만 아픔은 오래간다. 사건은 순간이지만 잔상은 오래간다. 우리는 잊은 듯 기억하고, 기억하는 듯 잊어간다. 그 미묘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때 김소연의 시를 읽는다._ 「그렇습니다」 중에서(274쪽)

생의 가장 비참한 순간은 가장 괴로운 순간이고, 가장 살고 싶은 순간이다. 그때에는 할 수 없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해서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시인은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그 새벽을 활기찬 시장이라거나 용솟음치는 생명력이라고 표현하지 못한다. 바닥을 치는 온몸의 두드림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_ 「육탁」 중에서(301쪽)

우리는 자주 주저하고, 불안하고, 겁을 먹는다. 우리가 특히 모자라서가 아니다. 삶이니까 불안하고, 사람이니까 겁이 난다. 시인은 디딤돌 위에서 떨고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괜찮아, 강물에 발을 넣어도 돼. 건널 수 있어. 이렇게 용기를 준다._ 「강물이 될 때까지」 중에서(355쪽)

‘파랑새’의 행복은 집 안에 있었지만, 조지훈의 행복은 집 안에도 있지 않았다. 집보다 더 가까운 곳, 더 깊숙한 곳, 바로 마음 안에 행복이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게다가 행복은 거기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일체유심조’라, 한 점 형태도 없는 마음 자락이 오늘을 천국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옥으로 망치기도 한다.

_ 「행복론」 중에서(367쪽)

 

■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나민애 지음 | 포레스트북스 펴냄 | 368쪽 | 23,000원

정리/고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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