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 걸라" 이 대통령 엄포에 쏟아지는 안전대책.."기존 정책부터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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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 걸라" 이 대통령 엄포에 쏟아지는 안전대책.."기존 정책부터 손봐야"

이데일리 2025-08-21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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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대변인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산재 관련 대통령 지시 사항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안전 관련 규제는 지금도 차고 넘치게 많다. 뭐가 문제인지 진단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책을 내놓다보니 탁상공론, 탁상행정이 되고 있다. ‘더 쎈’ 규제를 만드는 게 단기적으론 효과가 있겠지만 오래 가지는 못할거다.”(B건설사 안전관리책임자)

“취지는 공감하지만 처벌 위주, 사후대응 위주로 돼 있어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거다. 정부가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들과도 거의 소통이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도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강화했지만 큰 효과 없었다. 왜 그랬는지 그 반성이 먼저다.”(D공기업 노조 산업안전국장)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자 줄이기에 “장관직을 걸라”는 이재명 대통령 호통에 산재 감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9월중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위험 작업 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확대와 요건 완화, △‘경기도형 노동안전지킴이’를 전국으로 확대한 민관 합동 불시점검 체계 구축, △산업안전 감독 인력 확충과 지방공무원 특별사법경찰관 권한 부여, △기업의 안전보건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안전관리 미흡 업체에 대한 하도급 제한 등 사전 예방 대책을 추진한다.

아울러 △중대재해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고액 과징금 부과, △중대재해 반복 건설사의 공공입찰 자격 영구 박탈 등 사후 제재 수위도 대폭 높이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산업안전 대책이 실효성 떨어지는 규제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데일리는 건설, 철강, 제조, 교통분야 6개사의 현장 안전 책임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중처법에도 산재 사망 감축 제자리…현행 제도부터 손봐야”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노력 덕에 산업재해 관련 예산과 행정인력은 오히려 안전 선진국을 웃돈다. 그럼에도 후진적인 산재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원인에 대해 현장 안전 책임자들은 현장과 괴리된 정책과 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기존 정책부터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C에너지 공기업 건설부문 안전책임자는 “산업안전법상 안전보건대장과 건설산업진흥법상 안전관리계획은 사실 동일한 내용인데 적용 법규가 달라 각각 서류작업을 해야한다”며 “이런 중복된 업무, 불요불급한 업무를 줄여줘야 하는데 규제를 강화하면 더 늘어난다. 안전책임자들이 서류 작업에 치여 현장을 제대로 살펴볼 여력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D공기업 노조에서 산업안전분야를 담당하는 K씨는 “중처법을 시행했지만 법원으로 넘어가면 힘있는 회사들은 빠져나가고 작은 회사들만 처벌받는다”며 “산업 재해를 막겠다고 만든 법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지 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12개사 중 증시에 상장된 회사는 샌드위치패널 제조 및 판매가 주력 사업인 ‘에스와이’ 뿐이다. 이 외에는 모두 소규모 지역 기반 건설사나, 제조사들이다.

B건설사 안전관리책임자는 “건설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잦은 이유는 공사비 최저가 입찰로 시공사가 안전관리에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 탓”이라고 했다.

그는 공공 발주부터라도 발주처가 안전관리를 총괄하도록 하면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요구하기 어려워져 건설현장 산재가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부터 안전관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안전책임자·산업안전감독관·안전컨설팅’ 전문성 높여야

현장 안전을 지키는 3대 지킴이가 있다. 기업 안전책임자, 정부 산업안전감독관, 안전컨설팅업체다. 문제는 안전분야 규제가 강화되고 안전사업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역량과 경험 부족 인력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F건설사 현장 안전 책임자는 “건설기계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고압가스관리법, 전기안전법, 화학안전법상 각각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겸직 금지다. 법대로 하면 큰 현장은 안전관리자만 40명이 된다. 지킬 수가 없다. 결국 이름만 걸어놓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C건설사 안전관리 책임자는 “최고안전책임자(CSO)부터 안전분야 문외한인 경우도 적지 않다. 비전문가가 업무를 맡다보니 사업장별 특성은 무시한 채 타사 안전관리시스템 베끼기에 급급하다. 건설사 뿐 아니라 대다수 회사 경영진에 안전 전문가가 없다”고 꼬집었다.

CSO는 회사 전체의 안전관리와 사고예방을 책임지는 자리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관련 법규 준수 체계 구축, 전사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 등을 총괄한다. CSO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그동안 안전관리 분야가 상대적으로 한직이었던 탓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다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 등으로 인해 비전문가를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산업안전감독관 증원을 추진중이다. 올해 300명을 우선 충원하고, 내년까지 총 1300명가량을 증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약 900명 수준의 산업안전 전담 인력을 내년까지 약 2200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다.

E제조사 안전담당 임원 “감독관이 와서 점검을 하고 가는게 현장 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큰 회사들은 규정 다 지킨다. 대놓고 안지키는 경우는 없다. 감독관 개인 역량에 의존하다보니 규정집 들고와서 ‘안전 표지판 숫자가 규정보다 부족하다’ 이런 식 점검만 하고 간다”고 했다.

D공기업 노조 산업안전국장은 “감독관들이 현장 점검 나와도 사업장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점검을 위한 점검만 하니 업체서 플리바겐(plea bargaining)하듯 과태료 부과할만한 적당한 규정위반 사례를 감독관에 알려주고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귀뜸했다.

A철강회사 현장안전 책임자는 “도급사마다 ‘안전보건조정자’를 두고 일을 한다. 문제는 하청사 안전 책임자 수준이 떨어져 관리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사회가 협소하다보니 인적자원도 부족하다”며 “하청사 안전관리 역량이 같이 성장하지 않는 한 산재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하청사 안전역량 강화를 위해 안전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철거, 정비 등 단기간 작업하는 업체들과 작업자들은 이런 교육 프로그램조차 기피한다고 한탄했다.

E제조사 안전담당 임원은 “위험성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마다 맞춤형으로 해야 하는데도 안전컨설팅업체들 난립하고 컨설팅이 주먹구구여서 형식상 컨설팅해도 현장 위험을 발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들이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려고 하는 것도 문제다. 비용을 현실화하고 컨설팅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작업자, 관리자 안전의식 높이기 위한 노력 절실”

산업안전 책임이 기업에만 쏠리는데 따른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A철강회사 현장 안전책임자는 “대기업들은 안전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지키기 어려운 법도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그러나 하청사 근로자들이 안전규정을 위반하고 무시하면 방법이 없다. 하청사 작업자가 안전규정 위반해 하청업체를 제재하니 과잉대응한다고 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고 하소연했다.

B건설사 안전관리책임자 “현장에서 사고 주체는 결국 근로자다. 근로자 안전의식이 선진국에 비해서 낮다. 안전시설 다 해놔도 안 지킨다.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함양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C에너지 공기업 건설부문 안전책임자는 “산안법상 교육시간이 정해져 있다. 하루 일하러 온 분들 교육시간이 2시간이다. 근로로 처리하는데도. 당사자들도 받기 귀찮아하고 현장서도 일이 안되니 교육받았다는 사인만하는 형식적인 교육이 만연하다. 감독관도 교육시간 준수 여부만 따지지 제대로 교육이 됐는지는 관심이 없고 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소장이나 관리자들도 안전의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현장 소장이나 관리감독자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본인들이 맡아서 처리해야할 안전관련 업무조차 현장 안전책임자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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