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내 주요 학습 공간이 방학 중 갑작스레 공사에 들어가면서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학생회 측은 학습권 침해와 학생 의견 배제를 문제 삼으며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곳곳에는 '고려대 자연계 중앙광장 신축공사'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공계 캠퍼스 입구는 덤프트럭과 굴착기가 드나들며 먼지를 날렸고, 학생들은 그 사이를 피해 좁은 임시 통학로로 이동했다.
공사장 외벽 일부는 철제 펜스가 아닌 끈으로만 구분돼 낙하물 등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 수시로 '위험 고압가스' 문구를 붙인 트럭이 지나갔고 학생들이 이용하던 흡연구역은 건설 인부들로 채워져 학생들은 접근조차 하기 어려웠다.
이달부터 시작된 중앙광장 신축 공사는 고려대 개교 1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이다. 공사기간은 이달부터 2028년 2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사업 안내판엔 '쾌적한 교육·연구 환경 조성'과 '공간 품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지만, 정작 학생들에게는 공사 일정과 범위에 대한 사전 공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점심시간 공사장 인근을 지나는 학생들은 심한 먼지와 소음을 피해 코를 막거나 이어폰을 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서관으로 향하던 학부생 이모(25)씨는 "먼지가 너무 심하게 날리고 학습 공간도 줄었다"며 "지금이야 (방학이라) 사람이 없지만 공사랑 개강이 겹치면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송모(24)씨도 "공사 소음이 열람실까지 들려 집중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 이정환(26)씨도 "공사 구역과 맞닿아 있는 신공학관 연구실에는 3주에 한번씩은 집중에 방해될 만큼 소음이 일과 시간 내내 이어져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일과를 진행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학교 측의 '일방적 진행'이다. 다수의 학생들은 공식 안내가 아닌 철거 현장을 직접 보고서야 공사 사실을 알았다.
총학생회가 학교 본부와 진행한 면담 자료에 따르면, 대학본부는 "공식 계획은 공과대학 강의실 A, B 구역 공사뿐이며 열람실 폐쇄는 강의실 활용률 저하 때문"이라며 "학생 의견 수렴 필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열람실 폐쇄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신임 교수와 대학원생 연구공간 수요가 우선이라 단기적 해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학교 측은 총학생회가 공개한 면담 자료와 관련해 일부 과장된 표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과장되고 사실이 아닌 내용이 있다"며 "당시 학생들과 (열람실 폐쇄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였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12일 관리처 공청회를 열고 사전 통보 부족과 대체 공간 미비를 문제 삼으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상태다.
이 가운데 교육계 일각에서는 학교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협의 구조를 마련해 학습권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보수 공사는 필요하지만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면 학생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교수뿐 아니라 학생도 시설 개보수 위원회에 참여해 학습권 보장을 위한 협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지 전국대학학생연합 기획국장도 "학교 본부가 다양한 창구로 최대한 고지하고 총학·단과대학 학생회와 긴밀히 소통해 대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는 건물을 세워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장으로서 학생 권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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