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곽수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케이팝이 쌓아온 세계적 위상과 글로벌 콘텐츠가 보여준 확장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하고, 이를 토대로 케이팝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한 자리에서 "문화강국은 이제 초입에 들어섰다"며 "자랑스런 문화강국을 만들겠다.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리랑 국제방송(아리랑TV)에서 방송되는 특별 프로그램 'K-Pop : The Next Chapter'('케이팝:더 넥스트 챕터')에 출연해, K팝과 K컨텐츠 미래 비전에 대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약칭 케데헌)의 메기 강 감독, 트와이스 멤버 지효·정연, 음악 프로듀서 알티(R.Tee), 대중음악 평론가 김영대가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스페셜 게스트로 자리했다.
이날 참석한 프로듀서 알티, 김영대 평론가는 각자의 위치에서 느낀 케이팝의 한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입을 열었고, 메기 강 감독도 '한국 문화작품'에 대한 열정을 담아냈다.
이 대통령 "문화예술, 자유로운 환경 조성해 예술가들 성장...정부 역할, 간섭아닌 지원" "문화강국 이제 초입에 들어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리랑 국제방송(아리랑TV)에서 방송되는 특별 프로그램 'K-Pop : The Next Chapter'('케이팝:더 넥스트 챕터')에 출연해 케이팝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진행자의 물음에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큰 거목이 자라려면 풀밭이 잘 가꿔져 있어야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상품이 나온다. 순수예술, 문화 등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나 육성이 정말로 필요하다"며 "그 몫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의 몫이고, 정부의 역할은 간섭 아닌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컨텐츠"라면서 "문화는 본질적으로 자유로워야 하고 개성과 창의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며 "정치권력은 통제하고 휘어잡고자 하는 본능이 있는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김대중 대통령께서 공식화했다. 그런데 DJ의 이런 공식이 잘 안지켜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같은 감시와 규제, 선별 등으로 현장에서 문화예술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잘 자랄 수 있게 물을 줘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라며 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진행자가 '대한민국 문화강국이 어디까지 왔느냐'는 질문에 "초입에 들어섰다"며 "한국 문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본격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李 "고른 기회 줘서 트와이스, 메기 강 같은 사람 더 많이 나와야"
이어 이 대통령은 "해외에는 대규모 공연장이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부족하다. 도지사 시절 일산에 아레나 건립을 추진했지만 잘 안 된 경험이 있다"며 "이런 물적 기초, 대규모 공연장과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규모 공연시설이 없다면 기존 시설이라도 변형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문화예술 분야에 고르게 기회를 만들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되고 정부가 토양을 마련해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해서 트와이스나 메기 강 감독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 "문화컨텐츠를 국가 주력사업으로 삼아 자랑스런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겠다".."K데모크라시, 종합예술"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케이팝과 드라마, 영화가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어 학습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며 "이 흐름은 음식(K푸드)과 뷰티(K뷰티) 산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영상, 애니메이션, 음악, 드라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음식과 뷰티 역시 세계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문화 콘텐츠(Culture content)를 국가 주력산업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제가 하도 '문화산업'을 강조하니까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순수 예술계의 비판을 받는다. 순수 문화예술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실 이런 문화 산업은 사상누각이 된다. 겉으로 화려하지만 속이 비어있고 뿌리가 썩아간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며 "정부가 튼튼한 뿌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정부의 역할이고 지금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문화적 토대를 잘 갖춰 핵심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국가적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자랑스러운 문화강국을 만들 생각"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어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첨단 과학기술 산업이나 각종 사업들에 투자하겠지만, 저는 우리의 문화역량과 문화 잠재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고대 시대에도 한국사람들은 가무에 능하다는 말이 있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 특징이 잘 놀고 잘 표현하고, 예술적인 문화적인 종족이었다"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제시대때도 김구 선생은 문화가 강한 나라를 꿈꾸었다"면서 "한국은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해학과 예술로 극복해온 민족"이라면서 "외부에서 보면 낯설지만 결국 그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겨낸다"고 말하며 12.3계엄을 문화예술의 힘으로 이겨낸 'K-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 세계가 지금 무력 충돌하고 극우가 횡행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는데 우리는 살벌한 정치현장에서도 응원봉으로 아름답게 가뿐하게 제압했다.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정치적 저항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불지르고 부상입고, 다치고 죽고 하는 건데 우리는 음악과 춤으로 한다. 폭동이 아니라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춘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결국 이겨낸다"면서 "K-데모크라시(민주주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근대화되면서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에서 대한민국처럼 잘 살고, 산업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하고 산업화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외부에서 대한민국을 들여다보면 다 신통할 수 밖에 없다. 짧은 시간에 좋은 방향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는데 앞으로 큰 호기심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언급하며 "'폭싹 속았수다' 그것도 꽤 유행했는데. 한국적인 가부장 문화가 이게 대체 전 세계에 먹힐 수 있을까 했는데 그걸 세상에, 전 세계 사람들의 감동을 얻어내잖아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길게 보고 문화사업을 키우되 우리 문화 토양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학습할 수 있게, 자기 소양을 발굴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세상이 물질적 풍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단계는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미래 과제가 된다"며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자부심을 가지면 자랑스러운 문화 강국으로 나갈 수 있다. 정부가 더 많은 국민에게 기회를 만들어 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알티 "다양한 장르 위해선 대중에게 많이 보여줄 자리 필요"
알티는 "아이돌 음악 말고도 대단한 분들이 많다. 다양한 장르가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많이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태 "뮤지션 어떻게 키울지 무관심하면서 봉준호, 트와이스 기대하는 것 무리"
김영대 평론가는 "사람들이 열과 성을 갈아 넣어 국위선양 해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못 썼다. 토종 IP(지적재산권) 소유 주체 문제나 OTT 자체플랫폼을 통한 문화 주도권 확보도 그렇고, 아이돌 외 작곡가, 편곡가, 댄서 등 숨은 창작 뮤지션을 어떻게 발굴하고 키울 것인지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며 "그러면서 봉준호, 방탄소년단, 트와이스를 기대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지금까지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스타의 탄생을 막연히 기대했지만,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며 "정부는 인디 아티스트와 다양한 음악 장르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고 공연장 활성화 등을 통해 전반적인 케이뮤직(K-MUSIC)이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또다른 위대한 K컨텐츠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메기강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강해 한국 문화 작품 만들고 싶었다"...李 "호랑이, 저승사자, 설렁탕과 깍두기 인상적"
메기 강 감독은 '케데헌'을 연출한 계기에 대해 "처음부터 케이팝에 대한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애니 업계에 종사한 지 20년 정도 됐는데, 처음 했을 때부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 없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메기 강 감독은 "위시 드래곤'이라고 중국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는데 그게 잘됐다. 그 뒤로 넷플릭스 쪽에서 한국적인 작품이 있냐고 먼저 물었다. 이런 영화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라며 "저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해서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5살 때 이민을 간 메기 강 감독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잘 알 수 있었냐는 질문에 "방학에는 한국에 계속 있었다. 그런 연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또 학창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남한에서 왔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지도에서 못 찾더라. 중국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또 지도를 보니까 중국, 일본과 우리나라 다른 색이었다. 덜 발전한 나라라고 나와 있는 게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는데. 그때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케데헌'에는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음식을 비롯해 갓, 저승사자, 호랑이 등 한국적 요소가 그대로 담겨 있는 것에 대해 "목욕탕 같은 것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낯설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이슬란드나 러시아 가면 야외 스파도 많다. 그냥 '한국 스타일이구나'라고 이해한다. 저는 우리 문화를 설명하거나 숨기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메기 강 감독이 '케데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설렁탕과 깍두기가 최고였다. 저것을 소품으로 쓸수있나. 제한적일수 있는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상적인 캐릭터로는 호랑이 '더피'와 저승사자를 꼽으며 "대한민국 문화를 해학이라고 하는데, 해학으로 험한 상황을 즐겁게 만들었다. 우리 민족이 제일 무서워하던 동물 호랑이를 사랑스럽고 귀엽게 변화시켰다. 우리 것을 다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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