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파인: 촌뜨기들'에 출연하면서 배우 하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죠. 좋은 감독, 작가님을 만났을 때 얻는 깨달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정말 행복합니다. 다이돌핀(엔돌핀보다 약 4,000배 강력한 진통 및 긍정 효과)이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로 다시 한번 전 세계 시청자에게 주목받은 배우 류승룡이 이렇게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류승룡을 만났다. '파인: 촌뜨기들' 에피소드 외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인: 촌뜨기들'은 모두가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생존을 위해 분투하던 1977년 한국을 배경으로, 바닷속에 묻힌 보물선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든 근면·성실 생계형 촌뜨기들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미생' '내부자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카지노'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 김의성, 김성오 등이 열연했다.
류승룡은 보물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이를 차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무리의 리더 '오관석'으로 분했다. 극 전체를 이끌어간 류승룡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용히 '폭주'하는 오관석을 제 옷을 입은 듯 연기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류승룡은 "지난해 3월부터 미친 듯이 더웠던 여름을 지나 7개월 동안 작품을 찍었다. 공개된 이후에 많은 분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행복하게 찍었겠다' '좋았겠다'고 말하더라. 그게 고스란히 느껴졌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어 "많은 시청자가 '시즌 2' 나왔으면 좋겠다' '너무 빨리 끝나서 허무하다' '다음 주 수요일엔 이제 뭘 보나'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 배우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승룡은 "강윤성 감독이 이벤트를 워낙 좋아하신다. 시간이 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파인: 촌뜨기들'을 시청했다. 대식(이상진)이가 권투하는 장면을 보면서 흥분하며 소리를 질렀다. 또 '양정숙'(임수정)이 춤출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현장에서 쿠키영상을 처음 봤다. 시즌2를 암시하는 장면이 있는 줄 몰랐던 배우들도 있었다"라고 떠올렸다.
'파인: 촌뜨기들' 최종회 쿠키 영상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오관석'이 등장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와 관련해 류승룡은 "감독, 제작진과 끊임없이 엔딩에 대해 이야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류승룡은 "'파인: 촌뜨기들'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악당이지만 서툴다. '오관석' 역시 나쁜 사람이다. 선을 넘지 않나. 그러나 시청자들이 인간의 욕망에 공감, 늪처럼 빠져서 보게 되는 인물인 것 같다"라며 "엔딩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다 결국 절벽 신에서 그렇게 결론 내렸다. 촬영 당일까지 죽었냐, 안 죽었냐 이야기하면서 찍었다. 그리고 편집한 이후에 쿠키 영상을 찍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류승룡은 "'파인: 촌뜨기들'이 모두 공개된 이후 온라인상에서 '오관석'의 생사에 대해 말이 많더라. 쌍둥이 얘기도 나왔다"라며 "윤태호 작가 원작에서는 악당들이 모두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OTT 시리즈는 다를 수 있지 않나. 모든 시청자가 보편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결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쿠키 영상까지 찍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류승룡은 "'오관석 가족'의 생사도 많이 궁금해하시더라. '오관석'이 살았다는 전제하에 최대 형벌은 가족들이 죽은 것이다. 만약 가족들이 안 죽은 상태로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오관석은 더 처참한 벌을 받을 것이라는 개연성을 갖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류승룡은 "시즌2가 제작된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욕망이라는 것이 후퇴는 없을 것이다. '오관석'의 욕망이 마일리지처럼 쌓일 것"이라고 덧붙여 기대를 안겼다.
"'오관석' 역할은 제게 도전이었습니다."
류승룡은 "웹툰 원작 작품을 영화화할 때 복원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재창조를 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관석'이라는 인물이 자기 관리를 잘 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다.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 왔다"라며 "반듯한 헤어 스타일, 면도하는 습관, 다림질하는 모습 등으로 '오관석'을 담아냈다. 또 '오관석'은 한 배에 탄 무리 중 유일하게 담배를 안 피운다"라고 특징을 설명했다.
'오관석'은 말 그대로 조용하게 폭주한다. 대놓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냉정할 땐 굉장히 냉정하다. 이에 대해 류승룡은 "극에서 '내 역할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리액션'이었다. 등장인물들을 보면 비주얼부터 강렬하고 사투리며 말발이며 필살기가 하나씩 있다. 이런 가운데 튀지 않으면서 전체를 아우를 방법은 '리액션'이었고, 눈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자 했다. 제 눈을 보고 시청자들이 어떤 것이든 생각하게 하려고 했다. 눈의 청각 화에 주안점을 뒀다. 그래서 유독 '관석'의 눈동자 샷이 많다"라고 전했다.
류승룡은 삼촌과 조카 사이로 호흡을 맞춘 양세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현실에서 친해지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MBTI를 이야기하자면 양세종은 극 I(아이)다. 굉장히 수줍음을 잘 타고 내성적이다. 제게는 요주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류승룡은 "양세종과 전시회나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둘 다 말없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류승룡은 "맛집도 많이 다녔고, 제주 올레길도 걸었다. 목욕탕도 같이 갔다. 남자들끼리 그렇게 친해지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양세종은 요즘 젊은 친구들과 달리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하다"라며 "특히 연기할 때 굉장히 진실한 친구다. 연기가 거짓말 같으면 참지 못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양세종이 엔딩에 '삼촌'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진실함이 느껴졌다"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류승룡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13년 만에 재회한 임수정과의 호흡에 대해 "이번 작품에서는 일부러 거리감을 뒀다. 13년 전에 충분히 서로에 대해 알았고, 이후 서로가 배우의 길에서 잘 성장하지 않았나. 순전히 '오관석'과 '양정숙'으로 만나 연기했다"며 웃었다.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류승룡은 이전보다 야위어 있었다. 새롭게 선보이는 드라마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에너지는 그 어느 때보다 넘쳤다. 극 중 '양정숙'(임수정)의 연기를 흉내 내는 등 시종 열정 넘치게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며 '파인: 촌뜨기들'이 '명작'이라고 치켜세웠다.
류승룡은 "24첩 반찬이 나와도 젓가락 한 번 안가는 집이 있지 않나. '파인: 촌뜨기들'은 진짜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모두가 맛있는 연기를 펼쳤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허무하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저는 11부로 끝낸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숨어서 돈 챙겨 놓은 '양정숙' 앞에 김군이 딱 들어왔을 때 박수쳤다. 저는 '양정숙'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구워삶았을 것 같다. 오관석 가족들도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채로 '쓱' 하고 끝나는 것도 너무 좋았다. 결국 누구도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것을 하나도 못 건졌다. 그 허무함이 너무 좋더라. 그 중 유일하게 '선자'만 보물을 찾았다. 서울에 올라왔고, 옷 만드는 일을 하고, '희동'을 다시 만나지 않았나. 와, 진짜 명작 아닌가"라며 스스로 감탄했다.
류승룡은 "모두가 열광할 줄 알았는데 허무하다고 하더라. 사실 그 허무함을 살리려고 했다. 원래 시나리오상에서는 10부가 끝이었다. 편집하다 보니 11부까지 간거다. 만약 13부까지 갔으면 '바다에서 나온 지가 언제인데' '왜 이렇게 늘어져'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제가 장담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아울러 류승룡은 "시나리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열광했다. 결국 허무한 욕망의 끝, 자신의 분수를 알게 되는 것 등이 녹아 있는 것들이 너무 좋았다"라며 "배우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정말 행복하다. 다이돌핀(엔돌핀보다 약 4,000배 강력한 진통 및 긍정 효과)이 생성됐다"고 좋아했따.
류승룡은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오는 10월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시청자를 만난다.
15년 만에 안방 드라마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이젠 (영화, 드라마) 경계가 허물어졌다. 좋은 콘텐츠와 이야기가 있으면 당연히 한다"라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네 이야기다. 누구나 경제활동을 하고, 남자든 여자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밀려나는 때가 있지 않나. 인생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라고 귀띔했다.
드라마를 위해 10kg을 감량했다고 전한 류승룡은 "많이 걷고, 식단을 하며 건강하게 다이어트 했다. 아시다시피 제가 술, 담배를 안 한다. 꾸준하게 웨이트 등 운동을 하고 있고, 하루 3끼를 잘 챙겨 먹는다"라고 건강관리 비결을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전보다 기력은 떨어졌다. 지금은 '파인: 촌뜨기들'에 너무 만족하고 있고, 시청자 반응도 좋아서 에너지가 샘솟는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아로나민골드 말고 챙겨 먹는 영양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류승룡은 "아로나민골드만 먹는다"고 센스 있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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