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오징어게임·케이팝데몬헌터스 등의 흥행은 사실 국내 음악산업의 활성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 오히려 위기로 봐야한다. 일부의 성공 사례에 취하기보다, 큰 시장이나 성장 포인트를 바라보고 중소제작사들을 지원해야 한다"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이자 최근 공연권 징수단체 '리브뮤직' 수장이 된 최광호 대표가 콘텐츠 방면의 'K-이니셔티브' 정책을 향한 현실적인 쓴소리를 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리브뮤직 본사에서 최광호 리브뮤직 대표(겸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 총장)를 만나 'K-이니셔티브' 비전 속 K팝 산업의 방향성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최광호 대표는 하이브·SM·JYP·YG·FNC·RBW·미디어라인 등 엔터사와 소니뮤직·워너뮤직·유니버설뮤직 등 해외 직배사, 카카오엔터·지니뮤직 등 국내 유통사들을 회원사로 둔 (사)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창립멤버로, 국내 음악방송 및 시상식들의 주요 지표인 써클차트(구 가온차트) 운영은 물론 저작권 징수체계 ·아티스트 병역법·언론 시상식 지침·조세제도 개편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데 구심점이 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음콘협 산하 사내밴치이자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받은 공연권 징수단체 '리브뮤직'의 대표로 선임, 투명한 통합형 공연권료 징수분배 시스템을 추진하는 데도 힘을 싣고 있다.
최 대표는 최근 '힐뮤직' 등의 서비스를 론칭한 리브뮤직의 수장이자, 음악 정책건의자로서 다양한 업계 현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건넸다.
-리브뮤직의 방향성은?
▲스트리밍·다운로드 등의 전송, 피지컬 앨범 분야는 시장의 시스템이 안착돼 있었다. 하지만 공연권 시장은 투명하게 정산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지 않았다. 개인적인 청취가 아닌 대중 상대의 영업장 등에서 사용할 때 발생하는 공연권의 개념조차도 설득하지 않고, 법적 행동을 통해 징수하는 데만 집중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징수 주체 자체도 저작권자, 실연권자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러한 공포 마케팅으로 인해 음악의 산업적 활용 측면이 다소 위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개념을 바로잡고, 시장을 확대하고자 리브뮤직이 출범했다. 최근 출시한 '힐뮤직' 서비스처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음악을 올인원 형태로 서비스하고, 징수 주체들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IT 플랫폼 협력을 통한 권리자와 이용자 사이의 합리적인 소통과 함께 정책과 시스템, 인프라들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한다.
-공연권과 함께 수수료율을 둘러싼 음악저작권 공방은 업계의 숙제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업계 내에서도 소통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작권자나 이용자 모두가 법적 대응에만 집중하는 것은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사실 지금 산업계의 성숙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시장 전체의 크기다. 저작자, 실연자, 이용자 모두가 합심해 IP 흥행과 활용에 집중해서 시장을 확대시키는 게 아직까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콘텐츠 500조 원이라는 비전 자체도 성립이 가능하다.
단순히 글로벌 대형사 몇 개만 만들고 끝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현재의 대형사 중심의 프레임을 넘어 여러 중소 기획사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도록 대승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리브뮤직과 음콘협은 이러한 관점에서 목표를 잡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에 따른 산업적 분석들이 여러 갈래로 나온다. 산업 정책 건의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K팝과 K컬처를 글로벌 시장에 새롭게 환기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익 대부분이 해외로 흘러가 정작 국내 엔터 산업에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었다. 특히 우리만이 할 수 있는 K팝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는 게 큰 우려점이다.
실제로 굴지의 글로벌 음악 유통사들이 국내 엔터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K팝 노하우를 익혀왔던 가운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근거로 시장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이들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등 글로벌 K팝의 흥행 지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을 뛰어넘는 경쟁력의 음악이나 콘텐츠가 나오면 국내 업계 동력조차 꺼질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일부가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합심해야 한다. 중소형 창작자들이나 기업들의 성장을 독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책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음악산업을 향한 기존 정책들의 실효성은 어떻다고 보는가?
▲산업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많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표준 전속계약 조항이나 정책자금 지원 기준이 대형 기획사에만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IP 비즈니스 확대와 함께 아티스트 보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그에 과하게 집중하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 손해가 될 만큼의 요구사항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엔터 업계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를 아우를 만한 공정한 시스템의 부재 또한 짚어야 한다. 징수에는 철저하지만 분배에는 흐릿한 지금의 저작권료 구조나 저작권자, 실연자, 제작자 단위로 서로 흩어진 시스템 구성이 주는 소통 한계 등의 상황에서, 문화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일반 제조업식의 요구 조건들이 실질적인 흐름들을 막고 있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이나 소형 기획사 지원 등의 정책자금 집행에 있어서 신청 단계부터 실행까지 서류와 실적에만 집중돼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들 현장에서 호소했다. 현 정부가 고려하는 실용적 정책 추진을 이야기하려면 이러한 것들부터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이니셔티브' 슬로건 하에 콘텐츠 분야에 대한 지원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어떻게 보나?
▲라틴 팝은 글로벌 공용어 중 하나인 라틴어를 기반으로 하기에 그 성장뿐만 아니라 시장성 또한 유지된다. 반면 K팝은 업적 측면에서는 대단한 게 맞지만, 그 이상으로 가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K팝의 글로벌 트렌드화는 긍정적인 측면만큼이나 위험성도 있었다. 내수시장이 적은 상태에서 철저히 글로벌 타깃을 감안해야 하는 산업 특성상, IP 기반 자체를 강화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했다.
말 그대로 일부의 성공 사례에 취하기보다, 더 큰 시장과 성장 포인트를 봐야 한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음악 산업 역시 중소 기획사들에게 그 미래가 있다. K팝 IP의 위상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작 그 토대가 되는 음악 산업은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규제는 강해지고 정책 지원에서는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 자체 내의 노력은 물론 세제 혜택을 비롯한 정책 접근에 좀 더 실용성 있고 적극적인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다.
-중소 제작사들에 대한 제언?
▲사업자로서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위치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위축돼 있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산업적인 메시지로 전하는 게 음콘협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리브뮤직과 음콘협을 통해 중소 제작사들이 더 힘낼 수 있도록 여러 음악계 협회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여 산업 활성화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함께 힘내서 더 나은 음악 생태계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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