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는 허준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타고 나무와 숲을 거닐다, Walking through trees and forests in Time’를 오는 27일부터 9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5년부터 2025년에 이르는 회화와 드로잉 등 3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30년 화업을 조망한다.
허준(49) 작가는 2005년 첫 개인전 이후 전통 산수의 맥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여정’ 시리즈를 시작으로, ‘구름 속의 산책’, 특정 나무를 모델로 한 상상적 풍경화 등 꾸준히 변화와 실험을 이어왔다. 초기에는 화면의 2/3 이상을 여백으로 남기는 산수 작업을 통해 전통 회화의 정신을 탐구했으며, 2010년대에는 배경 없는 나무 패턴을 통해 기억 속 풍경을 형상화했다.
최근 작업은 경기도 양평 작업실 주변 나무들을 오랜 관찰 끝에 그려낸 상상화이자 어린 시절 할아버지이자 한국 근대 수묵화의 거장 남농 허건(1908~1987)의 집에서 접했던 수석, 분재, 난에서 비롯된 기억을 모티브로 한다. 작가의 화면에는 곤충의 표피 같은 문양과 생동하는 패턴이 뒤섞이며, 나무는 인간과 동물, 벌레가 숨 쉬는 또 다른 존재로 재탄생한다.
허준의 드로잉은 매일 밤 일기처럼 시작된 무목적의 낙서에서 출발한다. 종이에 펜으로 기록된 이 작업은 때로는 실험적 작품으로 확장되며, 즉흥적이면서도 은밀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낸다. 대표작 ‘SHE’에서는 미용 실습용 두상에 배추와 알타리 무 잎을 모발처럼 이식, 선과 악의 상징을 교차시킨 독창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
전시는 세 공간에 걸쳐 구성된다. 1관은 최근의 실험적 드로잉을, 2관은 2005년 전후의 ‘여정’ 시리즈를 중심으로 한 먹그림을, 3관은 현대적 산수와 팝아트적 색채가 가미된 나무와 숲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작가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화업의 흐름과 변주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허준은 2005년 갤러리 한에서 열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토포하우스와 관훈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전남도립미술관, 남농 허건 기념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허준은 “나무와 숲은 내게 오래된 벗과 같은 존재”라며 “그 속에서 내 기억과 내면, 그리고 생명성을 화면 위에 풀어내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나무와 숲을 매개로 한 예술가의 사유와 실험을 통해, 관람객에게 시간과 기억을 거닐 듯 사유하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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