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수비 배후공간 공략의 달인 손흥민에게 미국 프로축구 환경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폭스버러의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202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 경기를 치른 로스앤젤레스FC가 뉴잉글랜드레볼루션에 2-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앞선 시카고파이어 원정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했고, 처음 선발로 뛴 경기였다.
손흥민은 첫 공식 어시스트를 비롯해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첫 골은 손흥민의 전방압박 가담과 볼 키핑 시도에서 흘러나온 공을 마르코 델가도가 마무리했다. 경기 막판 쐐기골은 손흥민이 수비 두 명의 더블팀을 유도한 뒤 옆으로 패스를 내주자 마티외 슈아니에르가 마무리하며 완성됐다.
이 경기 후 케일럽 포터 뉴잉글랜드 감독은 “득점 기회가 많이 나오지 않는 경기를 의도했다. 상대 공격 속도를 늦추고, 위험한 공간을 선점하고, 공수 전환 상황을 장악하고 싶었다”며 전력상 열세를 인정하고 수비적인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전반전 양상은 서로 답답했다. 뉴잉글랜드는 골문 앞에 버스 두 대를 세운 듯한 수비대형으로 침착하게 버텼다. 전반전에 두 팀 합쳐 슛이 단 6회에 불과하고 그 중 제대로 위협적인 건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답답한 양상이이었다.
LAFC는 그런 상대를 뚫어낼 만한 지공 역량이 없었다. MLS에는 남미 선수가 많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상대 중앙 지역을 공략하는 선수들이 드물지 않다. 하지만 LAFC에는 없다. 이날 원톱으로 출전한 손흥민에게 제대로 패스가 가지 않았다. 왼쪽 측면의 드니 부앙가에게 공을 준 뒤 개인 돌파로 균열을 내는 게 제일 그럴듯한 해결책이었지만 그마저 좋은 리듬의 패스로 돌파를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 밀집 수비를 깨는 방법은 세밀한 지공만 있는 게 아니다. 손흥민이 후반전 초반 스스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처음으로 주어진 공수 전환 상황에서 날카로운 돌파와 슛으로 상대를 당황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빌드업 상황에서 강한 압박으로 실수를 유발해 선제골까지 이어갔다. 아무리 밀집수비를 하는 팀이라 해도 공을 아예 안 잡을 수는 없다. LAFC는 지공이 아니라, 오히려 뉴잉글랜드 빌드업 상황을 노린 압박으로 답답했던 경기를 풀어냈다.
일단 패색이 짙어지자 뉴잉글랜드도 어쩔 수 없이 전진해야 했다. 이때부터는 손흥민을 위한 세상이었다. 상대 수비 배후공간으로 날카롭게 침투함은 물론, 침투하는 동료를 살린 패스도 적재적소에 들어갔다. 손흥민 중심으로 막판 흐름을 장악한 LAFC가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LAFC의 슛은 전반전 내내 2개에 불과했다가 후반전 시작부터 25분 동안 6개로 치솟았고, 후반 37분부터 추가시간까지 다시 4개로 늘어났다.
MLS에는 샐러리캡 예외 지정선수(DP) 제도가 있어서 이들은 나머지 선수들보다 한 수 위 기량을 보이곤 한다. DP는 최대 3명인데, 그 소중한 슬롯을 수비수에 쓰는 팀은 거의 없다. 대부분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종종 골키퍼에 쓴다. 이날 상대팀 뉴잉글랜드도 공격수 카를레스 힐과 토마스 찬칼레이에게 DP를 썼고, 나머지 한 장은 골키퍼 맷 터너였다. 리그 구조적으로 공격수에 비해 수비수 역량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그만큼 급박한 상황에서 수비 실수도 잦다.
손흥민에게 완벽한 환경이 세팅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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