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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지만, 나쁜 인간이다
엄마가 미혼모여서 그런지, 어릴 때부터 나를 진짜 애지중지 키웠음 아빠가 없으니까 엄마가 2배로 사랑해주겠다는 말도 자주 했었고
근데 그 정도가 좀 많이 지나쳐서, 소위 말하는 극성 엄마였음
내가 학교에서 친구랑 좀 싸우면 엄마가 선생님 들들 볶고 전화번호랑 주소 알아낸 다음, 걔네 집 찾아가서 씨발년아 미친년아 하면서 대판 싸우고 오는 일도 있었음
더 큰 문제는 뭐냐면, 엄마가 솔직히 좀 도덕관념이 많이 어긋나있음
몇 가지 실제 사례들을 얘기하자면
1. 쿠키런 딱지 사건
나 초등학생 때 ‘쿠키런 딱지’가 동네에서 엄청 유행했었음
여기서 딱지의 색깔이 중요한데, 동네룰에 따르면 검은색 딱지가 목숨(딱지 넘어가도 n번 봐주는 식)이 제일 많았음
근데 난 초록색 빨간색 이런 좆밥 딱지밖에 없어서 맨날 딱지 뺏기고 돌아왔단 말임... 그러다가 딱지 바닥나니까 엄마가 너 딱지 다 어디 갔냐 물어봤음
자초지종 설명하니까 엄마가 나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는 거임 설마 걔네한테 딱지 도로 뺏으러 가나 싶어서 쫄아 있었는데 문방구에 도착함
그리고 엄마가 문방구 주인 아줌마 눈치를 좀 살피더니
이 박스를 하나하나 열어보기 시작함... 난 엄마 뭐 하는 거냐고 등을 퍽퍽 쳤는데... 엄마는
이런 표정으로 “쉬잇~”이라고 하면서 기어코 검은색 딱지가 들어있는 박스를 찾아냄...
솔직히 검은 딱지를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좀 기쁘긴 했지만 난 그날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아직도 잊지 못함...
주인 아줌마한테 걸려서 경찰서에 끌려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죄책감, 그리고 우리 엄마의 기괴한 모습에 받은 충격과 실망감, 그 모든 것들이 뒤섞인 절망스러운 감정은 초등학생인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음
2. 유기견 코코 사건
내가 어릴 때 같이 놀던 동네 누나가 있었는데, 그 누나랑 우리 집 앞에서 신발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내 신발이 어떤 빌라 주차장까지 날아갔는데 주우려고 가보니까 꼬질꼬질한 푸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거임
누가 봐도 버려진 강아지였음
그 누나랑 나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우리 집으로 데려가서 제발 키우게 해달라고 애원했음
엄마는 내가 부탁하는 건 다 들어줬기에 별다른 조건 없이 바로 알겠다고 해줬음
그리고 바로 당일 사건이 발생함
동네 누나가 집으로 가고 엄마랑 나는 강아지를 키울 때 필요한 물품이 뭐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었음 코코볼처럼 생겨서 이름도 코코라고 붙여줬음
코코가 안정이 안 되는지 계속 떨고 있길래 내가 쓰다듬어줬음 근데도 끼잉끼잉 거리면서 우는 거임
강아지가 낑낑 울어대는 게 너무 불쌍해서 “코코야~ 괜찮아~” 하면서 몸통을 들어올려서 껴안으려고 했단 말임?
그랬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짖으면서 내 손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놨음
아마 이전 주인에게 학대 당했거나 밖에서 다쳐서 몸통 쪽 뼈가 잘못돼있던 것 같음 코코도 고통스러워서 하지 말라고 문 거지
근데 엄마가 그걸 보더니 눈깔이 돌아가서 우리 집 청소할 때 쓰는 밀대를 들고 “이 미친 개새끼가!!!!!!!!!!!!!!” 하면서 코코를 향해 마구 휘드리기 시작함
코코는 얼굴에 밀대를 맞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고
난 제발 코코 때리지 말라고 엉엉 울면서 말렸음 엄마도 한 10번 정도 휘드리더니 코코를 집에 내팽겨치고 날 병원에 데려감
병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코코가 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벌벌 떨면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음 앉은 자리에 오줌도 질질 싸놨고...
결국 코코는 외삼촌 친구네 집에 맡겨졌고 그게 내가 본 코코의 마지막 모습이었음
어릴 땐 엄마가 좀 과하긴 해도, 다 날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에 고맙고 기쁘기도 했음
근데 다 크고 나니까 엄마의 이런 행동에 정이 떨어지기 시작함...
이건 최근 일인데
3. 롯데리아 깽판 사건
나는 더이상 엄마한테 손 벌리고 살기 미안해서 성인이 되자마자 알바를 할 생각이었고(사실 외삼촌이 보태주는 게 크긴 하지만), 편의점이나 피시방같은 꿀알바가 도저히 안 구해져서 롯데리아 알바를 시작했음
내가 맡은 업무는 후라이였는데, 냉동창고에서 각종 튀김 박스도 꺼내와야 했음
근데 첫 알바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까 손님이 몰리면 허둥지둥하는 일이 많았음
튀김 박스 가지러 간 사이에 오더가 들어왔길래 빨리 가져다 놓으려고 급하게 냉동창고에서 나가다 보니까 이마를 박아서 조금 찢어졌단 말임
좀 아프긴 했는데 쪽팔린 게 커서 매니저님이 오늘은 자기가 할 테니까 쉬라고 해도 걍 괜찮다 하고 일했음
그리고 다음날부터 난 출근할 수 없었음
엄마가 어쩌다 다쳤냐고 물어보길래 걍 알바하다가 혼자 박은 거라고, 괜찮다고 했고 “엄마도 조심 좀 하지 ㅠㅠ” 이러고 말아서, 엄마가 깽판치러 갈 거라곤 상상도 못했음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진 몰라도, 매니저님한테 전화 와서 너희 어머니가 와서 이러고 간 거 아냐, 그럴 거면 그냥 쉬지 왜 일하는데 이러냐 하셔서 그냥 조용히 듣고 죄송합니다만 반복했음...
그리고 점장님한테(사실 정확히는 점장님 딸이심) 카톡으로 존나게 사과했는데 읽씹 당함...
그래서 매니저님한테 전화 걸어서 걍 그만두겠다고 하니까 알았다, 따지고 보면 너 잘못도 아닌데 괜히 너한테 화내서 미안하다 하고 끊으심... 사실상 내가 그만둔 게 아니라 잘린 거지
아무리 말해도 걍 배실배실 웃으면서 알았어 아들~ 하고 고쳐지지가 않으신다...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점점 엄마한테 정떨어지고 꼴보기 싫어지는데 어떡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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