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우주를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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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민의 뮤지엄 노트] 우주를 나르샤

문화매거진 2025-08-15 15:52:28 신고

▲ 브랑쿠시(Brâncuși, Constantin/1876~1957), 공간 속의 새(청동(유광)), 오닉스, 193.4×13.3×16cm, 1941
▲ 브랑쿠시(Brâncuși, Constantin/1876~1957), 공간 속의 새(청동(유광)), 오닉스, 193.4×13.3×16cm, 1941


[문화매거진=최여민 작가] 새가 자유로이 난다. 날갯짓 한 번으로 부리가 향한 곳의 바람을 가른다. 막힌 벽도, 끝없이 펼쳐진 허공도 새를 가로막지 못한다. 하늘을 유영하며 거침없이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는 새에게 날아오른다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숨을 쉬듯 그저 자연스러울 뿐이다. 날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 자체가 곧 새의 삶인 셈이다.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조각 ‘공간 속의 새(L'Oiseau dans l'espace)’는 바로 그 비상을 이야기한다. 위로 길게 뻗은 곡선은 끝으로 갈수록 점차 가늘어지고, 매끈하게 연마된 청동 표면은 비치는 모든 것을 금빛으로 물들인다. 받침대 또한 작품 일부로 구성되어, 빛과 공간 속에서 새가 하늘로 힘차게 솟아오르는 순간의 감각을 완성한다. 부리나 날개처럼 우리가 새라고 생각할 만한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지만, 간결한 외형에 흠 없이 다듬어진 표면은 마치 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느낌인지를 전해주는 것만 같다.

브랑쿠시는 처음엔 조각가 로댕의 조수로 일했지만, 곧 자연과 민속, 그리고 동양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점점 더 단순하고 절제된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사물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전통 조각을 다시 해석하며 단순한 선과 형태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구상했다.

이 작품은 총 27점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하나로, 브랑쿠시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제를 담고 있다. 그는 단순한 형태 속에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의미와 감정을 녹여냈다. 어쩌면 지금도 낯설게 느껴지는 이 미니멀한 형상은 당시 예술계가 중시하던 ‘얼마나 사실적으로 재현했는가?’라는 기준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26년 ‘공간 속의 새’는 뉴욕 전시를 위해 미국에 반입되었지만, 세관은 새와 닮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술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분류되어 높은 관세와 전시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브랑쿠시와 예술계 인사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 조각이 아름답고 장식적 가치가 있다며 추상 조각도 예술로 인정된다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오늘날 브랑쿠시의 작업실은 파리 퐁피두 센터 앞에 복원되어 있다. 도구와 작품, 작업대의 흔적까지 그대로 보존된 이 공간은 현대 조각이 꿈틀댄 순간을 고스란히 전한다. ‘공간 속의 새’는 그 중심에서 여전히 고요히 서서 더 높이 더 멀리 날고자 하는 날갯짓을 보여준다.

극도로 단순한 형태는 새를 즉각 떠올리게 하진 않지만, 그 안에는 새라는 구체적인 형상에 가려 미처 던지지 못했던 질문이 숨어 있다. 이 존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가? 무엇을 좇아, 어떤 바람을 타고 나는가? 날개도 목적지도 없이 비상하는 이 실루엣은 오히려 더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며, 사전 속 명명된 새가 아닌 마음속 꿈이나 자유를 향한 충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 순간, 눈앞의 조각은 아직 닿지 못한 꿈을 향한 금빛 마음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아득히 우주로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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