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목수(木手)’라는 이름의 철학과 책임
사진=김남근 기자/장소제공=카페 묘운
- 퇴로 없는 선택 끝에서 피어난 단단한 자긍심
- 자연스럽고 진중하게 공간을 완성하는 방식
목수라는 직업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온 뿌리 같은 존재였지만, 오늘날 그 가치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여전히 기술자나 인테리어 시공자로만 불리며, 그 속에 깃든 철학과 미감은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디자인과 시공의 세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지켜온 한 사람이 있다. ‘나무를 다루는 사람’이 아닌 ‘생각을 손으로 옮기는 사람’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김명준 저스트디자인 대표. 기술자로 시작해 예술가로 다듬어진 그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외면 속에서도 자신만의 기준을 지켜왔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손의 감각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태도로, 오늘도 현장에서 조용히 공간의 본질을 만들어 간다.
ⓒ RULE 디자인
‘가장’이라는 단어로 시작된 현실의 무게
김명준 대표가 처음부터 나무를 다룬 것은 아니었다. 과거 그는 대형마트의 보안팀 관리자였다. 안정적인 급여와 정해진 출퇴근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그는 결혼을 하고, 미래를 준비했다. 당시 그는 보안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방호 공무원으로의 진입도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렵,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될 계기가 찾아왔다. 우연히 들른 한 공사 현장에서 목수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을 직접 체감하게 된 것이다. 손으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며, 단순한 시공을 넘어선 깊은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목수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몰랐어요. 인테리어가 뭔지도 잘 몰랐고요. 그런데 현장에서 나무와 도구로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걸 보니까, 그 자체가 너무 멋지게 느껴졌어요.”
기존의 삶을 내려놓고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그는, 처음부터 막내로 현장에 들어가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자재를 나르고, 허드렛일을 하며 몸으로 익힌 기술은 그에게 또 다른 세계를 열어 주었다.
어릴 적 프라모델 조립을 좋아하던 그의 손은, 나무와 기계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탈진할 정도로 일해도 재미가 있었어요. 험했던 벽과 천장이 깔끔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디자인되고, 아름답고 멋진 구조가 손끝에서 탄생하는 것을 보면 이게 정말 매력 있는 일이구나 싶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김 대표다.
그렇게 시작된 목수로서의 길은 스스로를 다시 발견하고, 삶의 방향을 바꿔나가는 곳으로 여겨졌다. 자격증과 승진, 조직에 속한 안정된 삶을 꿈꿨던 그는, 손으로 만들어내는 세계에 완전히 매료되어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 저스트디자인
울타리 없는 현실에서, 홀로 길을 뚫다
3년 차가 되었을 무렵, 김명준 대표는 목수 일을 처음 배웠던 팀에서 나와 홀로서게 됐다. 내부적인 갈등과 현실적인 여건이 겹치며 소속이 사라졌고, 그는 말 그대로 ‘야생’에 던져졌다. 기존 직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고, 목수로서의 실력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거래처도, 든든한 인맥도 없이 현장 경험만 남아 있던 그는, 그때부터 진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만 했다. 일이 없으면 저녁에 택배 상하차 알바도 했었고, 새벽에 나가서 용역 사무실로 일감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기술직으로 입문했지만, 아직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주는 ‘목수 반장’이 아닌 시기. 그는 전화를 돌리고, 일감 있는 곳을 수소문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일당을 받아 일하는 ‘낱일’ 생활이 몇 해 이어졌다.
끝없는 터널을 지나고 있을 무렵, 다행히도 그의 성실한 태도와 책임감 있는 작업은 주변 지인들에게 신뢰로 전해졌다. 친한 지인과 연결된 인테리어 업체에서 작은 일감을 맡겨주기 시작했고, 그가 현장에서 보여준 태도는 또 다른 작업으로 연결됐다. “작업은 미숙해도 밤늦게라도 가서 고쳐주는 걸 보고 믿어준 분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더 몸으로 부딪쳤죠”라고 말문을 이어가는 김 대표다.
현장마다 스스로 남아 연구했고, 부족한 기술은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며 공부하거나 선배들에게 묻고 또 묻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렇게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어느새 ‘반장님’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아직 큰 공구도 없고, 작은 차로 다니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과감히 트럭 한 대를 마련했고, 장비를 하나씩 갖춰갔다. 그의 현실은 여전히 불안정했지만, 울타리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자리와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준을 지킨 선택
2021년, 김명준 대표는 ‘저스트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사업자를 등록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전까지 수년간 다양한 현장을 경험하며 기술과 소통 능력을 쌓아왔던 그는, 기존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는 명함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목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프로젝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역량을 갖추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조금 더 완벽하고 책임감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는 “저보다 훨씬 오래 현장을 지켜온 선배 목수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과 현장을 만나 조금 더 빠르게 기회를 얻은 편입니다”라고 전하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늘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기술적으로 여전히 갈 길이 많다고 말하는 그는, 연배가 높은 선배들과 동료들 앞에서는 예우를 갖추는 것이 기본이라며, 그런 존중의 마음이 현장에서의 신뢰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막내 시절, 말 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웠던 선배들이 이제는 “명준아, 일 있으면 연락해 줘”라며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그 시절의 태도를 잊지 않고, 늘 예우를 갖추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이어가고 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힘이 되었던 존재는 가족이었다. 특히 아내의 내조는, 그가 포기하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목수 일을 시작하기로 결심했을 때 그는 “훌륭한 목수가 되겠다”고 아내에게 다짐했고, 그 약속은 힘든 시간을 꿋꿋이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했던 그의 아내 최은영씨는 “신랑은 무언가를 계획하고 만들고 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게 천성인 것 같아요”라고 전하며, 그의 기질과 직업이 맞닿아 있음을 짚어주었다.
어릴 적 방송국 PD를 꿈꾸었던 그는, 지금은 공간을 기획하고 구현하는 일을 한다. 단순히 나무를 자르고 붙이는 것이 아닌, 자재 수급부터 작업자 섭외, 구조와 기능을 모두 고려하는 총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클라이언트가 어떤 공간을 상상하고 있는지부터 접근해야 해요. 자재와 인력의 구성이나 작업 방식은 제가 대부분 다 구상하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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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에 앞서,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
목수라는 직업은 단순히 나무를 다루는 기능인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김명준 대표는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고, 가장 늦게까지 남는 직군이 목수라는 사실을 몸으로 배워왔다. 철거 전에 현장에 가서 어떤 구조를 남길지, 어떤 자재를 사용할지부터 결정하는 것부터 인테리어 공정 전반에 걸쳐 관여한다. 그는 이 광범위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매 순간 ‘공부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목공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구조를 비롯하여 마감재가 입혀지기 전까지의 대부분의 디자인을 나타내는 일이므로,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미적 감각이 필요한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현장에 들어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도면을 스크랩하며 스스로 연구했죠”라고 전했다. 그는 막내 시절부터 현장을 꾸준히 기록했고, 도면을 모아 분석하며 공간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기록했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축 도면도 수십 번 반복해 보며 익혔고, 그 노트는 지금도 그의 책장에 수십 권이 넘게 보관되어 있다.
기술만이 아니라 미감과 창의성도 그의 업무에는 필수 소양이다. 유행하는 인테리어 스타일과 새로운 자재, 도면 구성 방식은 끊임없이 변하고, 그는 그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 새로운 자재와 시공방식을 찾아 밤을 새우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현장에서 만나는 후배나 동료에게도 기술 이전 이상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김 대표는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걸 들었을 때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돼요. ‘해보겠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먼저 말하고 그날부터 기존 지식에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공부를 계속해 가는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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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감안하는 진정한 기술자
김명준 대표는 목수에 대해 단순히 나무를 자르고 붙이는 사람이 아니라, 공간의 구조를 설계하고 전체 공정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저는 목수의 직군 중 내장 목수에 속합니다. 구조를 짜고, 동선을 만들고, 뒤에 이어질 공정의 매끄러운 마감이 저희 작업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라고 전했다. 현장 컨디션이나 마감의 내용, 디자인마다 달라지는 자재 산출부터 균형과 비례, 작업물의 안전성과 하중 분산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이후 작업이 모두 흔들리게 된다.
그렇기에 그는 현장에서 늘 소통하며 실측과 분석을 통해 구조를 재해석한다. 클라이언트가 제공한 3D 도면을 넘어서, 현장의 실제 조건을 반영한 설계로 다시 풀어낸다. “도면을 보면 감이 와요. 여기에 가구가 들어갈 거고, 이 벽은 얼마만큼 두께로 마감해야 하고, 도어는 어떤 종류와 어떤 방식으로 시공해야 전체 구조가 안정적일지 떠오르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매 순간 펜과 줄자를 들고 있는 이유는 단지 치수를 재기 위함이 아니라, 공간이 가장 안정된 형태로 기능하도록 설계하기 위해서다.
목수의 일이 이처럼 정밀한 계산과 구조에 기반해 있다는 점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 일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모든 것까지 감안하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시공 후에는 가려져 버릴 구조물을 놓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며, 단위는 미터나 센티미터가 아니라 1mm의 오차로 계산된다. 수치 하나가 틀어지면 공간의 균형도 흔들린다.
이 모든 과정은 클라이언트와의 신뢰로 이어진다. 그가 설계에 관여하기도 하고, 마감까지 고려하여 작업하는 방식은 단순히 시공을 넘어서 프로젝트 전반을 책임감 있게 바라보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거래처와는 든든한 조력자로, 소비자에게는 신뢰를 바탕으로 올바르고 제대로 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것이 김 대표의 포부이다.
김명준 대표는 지금도 매일 현장을 누비며 묵묵히 나무를 다듬고 구조를 만든다. 그의 손끝엔 늘 계산된 치수와 단단한 신념이 스며 있고, 그의 마음속엔 한 사람의 목수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자리한다. 그리고 그는 기술만으로 신뢰를 얻은 사람이 아니다. 퇴로 없는 선택 앞에서 주저하지 않았고, 불안한 미래 앞에서도 끝내 진심을 택했다. 그 모든 시간을 일관되게 견뎌낸 덕분에, 지금의 그는 스스로를 가장 먼저 믿는 사람이 되었다.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온 길 위에서 피어난 그의 자긍심은 그 누구보다 높고, 그 무엇보다 투명하게 증명될 것이다. ‘목수 김명준’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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