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머니, 작가. 17년에 걸친 칠레 최악의 독재 정권의 역사와 개인의 서사가 얽힌다. 피노체트 정권하의 사회상과 현재까지 잔존한 영향을 그리며 활약해 온 칠레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자전적 에세이. 서술의 큰 축이 되는 풍경인 별이 총총한 하늘은 작가 어머니의 뇌 신경세포에서 연상된 이미지이면서, 피노체트 정권하에 희생당한 스물여섯 명이 처형당한 아타카마 사막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기억의 의미와 힘을 현재에 맞게 갱신하는 시도를 누락한다면 내 세대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아들의 말대로 페르난데스는 기억 서사를 붙잡고 써나가는 일에 마땅한 책무를 느낀다. 먼 이국의, 그러나 같은 하늘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독자 역시 공동과 개인의 기억을 미래로 나르는 우주적 존재라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보이저
노나 페르난데스 지음 | 조영실 옮김 | 가망서사 펴냄 | 192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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