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영화 <노맨드랜드> 는 '집이 없는(homeless)'것이 아니라 '집이 없을(houseless)' 뿐이라는 철학적인 역설을 통해 현대 사회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노매드(nomad)'들의 삶을 따뜻하면서도 사려 깊게 그려낸 영화이다. 노맨드랜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 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압도적인 연기, 그리고 실제 노매드들의 출연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이 영화는 2020년 개봉하여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하며, 단순한 로드 무비를 넘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상실된 인간성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선택
영화 <노맨드랜드> 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적 붕괴로 모든 것을 잃은 '펀(프란시스 맥도맨드)'이 떠돌이 생활을 선택하며 시작된다. 회사가 문을 닫고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후 펀은 자신의 모든 것을 실은 밴 한 대와 함께 광활한 미국 서부로 향한다. 그녀는 캠핑카를 개조해 숙식하고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거나 캠프장에서 일하는 등 임시직을 전전하며 자유롭지만 고독한 삶을 살아간다. 노맨드랜드>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영화 속 노매드들이 단순히 빈곤 때문에 떠돌게 된 이들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원인이 되지만 이들은 '소유'와 '정착'이라는 사회적 강박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자발적 유목민'이기도 하다.
자유와 고독 사이 인간적인 연대
영화 <노매드랜드> 는 광활한 자연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펀의 여정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담아내는데,석양이 지는 사막, 끝없이 펼쳐진 도로, 우뚝 솟은 산맥 등 대자연의 압도적인 풍경은 보는 이들에게 해방감을 안겨주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서 한없이 작고 외로운 인간의 존재를 대비시켜 묘한 먹먹함을 자아낸다. 노매드랜드>
하지만 이 노매드들의 여정은 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도 이들은 서로를 만나고, 돕고, 떠나보내기를 반복하며 비공식적인 공동체를 형성한다. 물이나 연료를 나누고, 고장 난 밴을 고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온기와 연대를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굿바이' 대신 '다음에 또 봐(See you down the road)'라는 인사를 나누며 다음 재회를 기약한다. 이는 삶이 영원히 이어지는 길 위에 있음을 의미하며 이들의 여정이 결코 끝이 아님을 암시한다.
상실과 치유, 그리고 진정한 집의 의미
펀의 여정은 단순히 떠돌이 생활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상실감을 치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녀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고, 자신의 상처를 서서히 보듬어 간다. 영화는 '집'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부재를 이야기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집'이란 마음속에 존재하며 상실을 극복하고 자신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찾을 수 있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 <노매드랜드> 는 화려한 볼거리나 극적인 사건보다는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파고든다. 이는 관객이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삶, 소유의 의미,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며, 과연 무엇을 위해 정착하는지, 무엇을 소유하려 하는지,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노매드랜드>
이 영화는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전부가 아님을,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대 사회에 소중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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