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인생18] 반드시 밀물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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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인생18] 반드시 밀물은 오리라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8-07 06:27: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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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더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더디 삽화=최로엡 화백

 제 서재에는 뻘에 갇힌 목선 두 척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그림은 아내가 빌려 준 돈을 대신해서 온 그림 두점 중 하나인데요. 국선작가라고는 하나 그리 유명하지 않은 화가의 그림입니다. 한 척의 배는 아주 크고 다른 한 척은 원근법에 따라 아주 작게 그려진 그림입니다. 약간 오른쪽으로 기운 배와 주인없이 아무렇게나 던져진 노가 있는, 배 밑바닥엔 아주 적은 바닷물만 찰랑대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의미있게 보게 된 것은 언젠가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좋아했다는 작은 목선 한척의 그림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제 안목의 많은 부분은 독서에서 온 듯 합니다. 그림은 커다란 나룻배에 노 하나가 썰물 때에 밀려와 모래사장에 아무렇게나 눕혀져 있는, 무척 쓸쓸하고 비참한 폐선같은 한숨마저 나오는 그림입니다. 카네기는 이 그림을 무척이나 아껴 사무실의 한쪽 화장실 벽에 걸어 놓고 그의 생활신조로 삼았습니다. 그것은 그림 밑에 쓰여진 글귀 때문이었지요.

"반드시 밀물이 오리라. 그날 난 바다로 나아가리라."

이 그림은 카네기의 춥고 배고팠던 청년시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세일즈맨으로 이집 저집을 방문하면서 물건을 팔았는데 어느 노인 댁에서 이 그림을 보았습니다. "반드시 밀물은 오리라"는 글귀가 오랫동안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 노인을 찾아가 용기를 내어 그림을 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할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날 때 이 그림을 제게 주십시오?"

노인은 간절한 카네기의 청을 들어 주었습니다. 카네기는 이 그림을 일생동안 소중히 보관했고, 그림 속 글귀처럼 밀물이 밀려 올 그날을 희망하며 열심히 산 것입니다. 그리고 늘 이 그림을 보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그래, 반드시 밀물이 온다. 바다로 나아 갈 준비를 하자.'

 이 점이 카네기와 일반인을 나누는 변곡점일지 모릅니다. 그는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일망정 백조라고 믿은 것입니다. 그는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결과 기회와 행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매번 행운이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거절당하고 무시당한 적이 더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무 것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가인 마크 트웨인도 시간이 지나서 우리가 실망하게 될 일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밧줄을 풀어 던져라. 안전한 항구를 떠나 항해를 시작하라. 무역풍을 타고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을 가져라, 발견하라."

좌절과 절망이 인생의 배를 난파하게 만들고 후회와 한숨은 비참한 폐선인생을 만듭니다. 이 그림들은 우리에게 사나운 파도와 싸울 힘도 제공하고요. 아무리 절망에 빠졌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에너지를 주는 듯 합니다. 어려운 경제상황, 미래에 대한 불안, 혼란스러운 삶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밀물이 오면 바다로 반드시 나아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워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의 삶을 흔들리지 않게 합니다. 아니 잠시 흔들릴지언정 표류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넘어집니다. 어쩌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쓰러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제가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만드는 세 가지 힘'을 집필할 때, 영국·프랑스·독일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역사책과 각종 인프라 자료들을 비교·분석하면서 너무 방대하다보니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지엽적인 것을 쳐내고 핵심적인 요소만 일곱 가지 - 근대문명의 토대가 된 도로, 출판문화, 의무교육, 근대 헌법 등 - 를 선진 5개국과 비교해야 했으니, 해내야 할 공부량도 만만치 않은데다 대부분의 기존 책들이 정치·사건사 중심으로 기술되어 있어 난감하기까지 했지요.

그때 저는 자주 서재의 그림을 보면서 다짐을 했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다. 복잡한 현대문명을 이루는 토대이자 경이롭고 평범해 보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 아무도 안했으니 이건 내가 해야 한다."

'나는 기회가 없어서 쓰여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까닭이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일종의 책임감까지 더해져, 이 분야만은 내 방식대로 세상에 남겨야겠다는 열망과 의지가 생겨났습니다. 그러면 그 생각 위로 찬란하게 눈부신 푸른 바다가 일렁이며 다시 집필할 수 있었습니다.

낡고 내동댕이쳐진 빈 배,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저 넓은 대양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에 반드시 밀물은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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