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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경북 봉화군 춘양면은 붉은 빛이 돌아 적송으로 불리는 ‘춘양목(春陽木)’의 집산지이다.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를 지나 강원도 영월 방향으로 가면 험준한 산길인 ‘도래기재’가 나온다.
춘양면 인구는 춘양목 벌목과 금광 채굴로 경기가 좋았던 1950년대 말 1만 3000명에 달했지만 현재 4100여명 수준에 불과하다. 도래기재는 경북 동해안과 내륙을 거쳐 경기도와 서울 등지를 잇는 보부상들의 이동통로이자 인근 금광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잊혀져가는 길이다.
서벽리에서 백두대간을 가르는 도래기재를 넘으면 ‘우구치’라고 불리는 마을이 나온다. 골짜기의 모양이 소의 주둥이를 닮았다고 해서 고개 이름이 ‘우구치(牛口峙)’이다. 우구치리에는 ‘금정(金井)마을’이 있다. 1923년 채굴이 시작된 금광인 ‘금정광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우구치리의 금정광산은 경남 김해 출신의 광산업자인 김태원이 1923년 개발한 광산이다. 1932년에는 이 광산을 한 일본인에게 55만원에 팔아넘겼는데 지금 시세로 치면 550억원 달하는 거금이다.
금정광산에서 한창 금이 쏟아져나오던 시절이 깊고 좁은 골짜기의 금정마을에만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여관과 식당이 즐비했고 한 집 건너가 술집이었단다. 춘양면 서벽리 역시 최고의 금강송 군락지로 손꼽혔지만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결과, 춘양의 우수한 금강소나무들은 현재 1500여그루만 남아 있다. 수령도 20~80년에 불과하다. 2001년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으로 지정된 후 문화재 보수용 및 재건용 이외에는 반출이 금지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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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205.2㏊ 규모 낙엽송·잣나무 등 대규모 조림…경제·생태적 가치 우수
춘양 우구치리 낙엽송 숲은 40년간 감춰져 있던 비밀의 숲이자 대규모 낙엽송 조림 성공지로 유명한 곳이다. 경제적 가치를 비롯해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며 임도를 따라 걷기 좋은 숲이다.
산림청은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이 일대 205.2㏊ 규모에 낙엽송과 잣나무 등을 대규모로 조림했다. 그 결과, 현재 8만 1200여그루의 낙엽송이 장대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에는 가슴높이 지름 20~30㎝, 수고 16~24m인 숲이 조성돼 있어 백두대간 마루금 이용객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서하고 있다.
낙엽송은 수간이 통직해 목재용도로 활용이 많이 되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조림 수종이다. 단일수종으로는 소나무 다음으로 많이 자라고 있는 낙엽송은 우리나라 숲의 27만 200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낙엽송은 초봄 연두색 신록과 가을의 황금빛 단풍이 아름다워 숲을 더욱 풍성한 색감으로 물들인다. 2023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에 선정됐다.
낙엽송이 즐비한 숲에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백두대간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도래기재에서 옥돌봉을 지나 박달령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 등산로이다. 옥돌봉은 큰연영초, 금강애기나리, 태백제비꽃 등 희귀 식물이 자생하고 있고, 수령 550년(추정치)의 철쭉이 자라고 있어 현재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박달령에서 오전리 마을로 내려오면 톡 쏘는 청량한 약수 ‘오전약수탕’이 있어 갈증을 해소하기 좋다. 박달령은 옛부터 경북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을 이어주는 고갯길로 보부상(褓負商)들이 많이 다녔다고 한다. 이 보부상들에 의해 물맛 좋기로 유명한 탄산성분이 많이 함유된 오전약수가 발견됐다고 한다.
조선 성종 때 가장 물맛이 좋은 초정(椒井)을 뽑는 전국대회에서 최고의 약수로 뽑혔으며 유리탄산, 망간, 마그네슘이온, 철분 등이 함유돼 있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조성철 영주국유림관리소 산림경영복지팀장은 “낙엽송이 집단화되다 보니 가을철이 되면 단풍이 들어 굉장히 아름답다”면서 “이 길이 더 유명해지면 탐방객들을 위해 여러 시설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엽송도 있지만 잣나무도 일부 식재돼 있어 잣은 인근 주민들에게 양여,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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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과 국유 임산물 무상 양여 사업, 산촌 경제에 활력…산불예방 효과 ‘톡톡’
좋은 산과 숲은 지역주민들에 상생의 길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산림청이 산촌 마을 주민들과 진행하고 있는 국유 임산물 무상 양여 사업은 산촌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은 국유림 보호협약을 맺은 마을 주민들이 산불 예방 및 산림병해충 예찰 등 국유림 보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정부는 그 대가로 국유림에서 생산되는 송이, 잣, 수액, 산나물 등 임산물을 채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의 90%는 산촌 주민, 10%는 국고로 귀속된다.
봉화군 춘양면 우구치리에서도 이 사업은 오랫 동안 우수 민·관 협력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김진구(70) 우구치리 이장은 “해마다 이 일대 국유림에서 송이, 잣 등을 채취하고 마을 공동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최근 송이가 사라져 가고 있고 잣도 병해충으로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일대에서는 고랭지 배추 등을 키우고 있고, 해마다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봄철에는 주민들이 조를 편성해 산불예방 및 환경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난 20~30여년간 이 일대에서는 산불이 단 1건도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김 이장은 “다만 최근에는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송이 등 임산물 채취가 거의 사라졌고 마을 인근 부지를 활용한 식당, 캠핑장 등의 수익사업들도 여러 규제들로 사실상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산촌 주민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며 산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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