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김주현 기자] “작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야망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문화매거진과 마주한 작가 매드김(본명 김성빈)은 인터뷰 내내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나의 취향이 붕괴되는 현시대에서 내 스스로가 (작업에 대한) 구현이 즐겁다고 하면, 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책임감을 계속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운을 뗀 그는 “일이 취미가 되고 취미가 일이 된 사람이 있지 않나. 나 역시도 그런 영역이 되었고, 무엇을 구현하고 전시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다”며 “작업적으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감각으로 느낄 때 ‘내가 잘못되지 않았구나’를 증명하는 듯 하다. 스스로의 증명을 구현하는 이 즐거움이 작가 생활을 하는 원동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주에서 회화 위주의 작업을 하는 매드김은 ‘꽃’을 대입하여 현대인의 감정을 대변한다. 관망하는 자를 자처하며 타인들의 풍경을 작품으로 승화한다. 작품엔 ‘만발’과 ‘남발’이란 표현이 존재하는데, 이는 현대인의 카타르시스에 대한 구현의 언어이며, 매드김이 생각하는 현 인류의 생존 사유라 생각되는 저의인 셈이다.
그래서 매드김의 ‘꽃’은 마냥 예쁘지 않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로테스크하고 아웃사이더 아트에 가깝다.” 그는 “고퀄리티 양식미를 만들기 위한, 단순한 기괴함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억눌린 감성을 터뜨린다는 개념으로 봐주셨음 좋겠어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짓는 웃음은 사회적 가학성이죠. 그게 과연 진정한 웃음일까?... 거기서부터 보편적이지만 오브제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 꽃을 가져왔어요. ‘개화만발’이란 주제로 작업하게 된 거죠. 억눌린 아이덴티티, 애티튜드가 발화되며 우리의 추구미를 이상으로 구현하는 구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작업을 2~3년간 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네트워킹되는 것은 좋지만 각 개인의 추구미가 합산이 되고, 몰개성화되는 게 느껴졌죠. 그래서 작년 말부터 진행하는 것 중 하나가 ‘조화남발’이에요. 가짜 꽃의 남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세상이 비관적”이라며 웃은 그는 활동명 ‘매드김’에 대한 소개도 덧붙였다. “제 고유한 성질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어요. ‘매드(mad)’는 ‘크레이지(crazy)’와 다르게 '화'라는 뜻이 더 있더군요. 제 그림은 억눌린 감정들이 익숙하게 터지는 순간을 표현한 거니까요. 화가 나서 불쾌감이 느껴지고 실핏줄이 터지는 와중에도 웃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게 건강하지 않으니까, 이런 그림이라면 ‘매드김’이 맞는 표현이겠다 싶었죠.”
본인의 작업을 심도 있게 풀어놓은 그는 ‘매드김’과 ‘김성빈’의 철저한 구분 없이, ‘작가’ 그 자체의 삶을 사는 듯했다.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 작가 그 자체의 삶이란 무엇인가?... 인터뷰어의 우문에 인터뷰이인 그가 내놓은 현답은 “지역 작가의 기본값”이었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저 같은 지역 작가는 결국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역마살 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자기 지역에서 이상적인 곳에 도달하기 위해 디자이너도 되어야 하고, 기획자도 해야 하고,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홍보도 해야 하죠. 서울이란 시스템 속에는 역할 구조가 분명하거든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역할 분담이란 구조가 존재하지 않다 보니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모든 걸 할 줄 알아야 해요. 이게 이점이라면 이점이죠. (웃음) 더 나아가 저라는 사람을 언어화시키기 위한 큐레이션도 필요해요. 내가 내 작업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언어를 탑재해야지만이 제가 정상인임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
‘일심만능(一心萬能)’이라 했던가. 무슨 일이라도 한마음으로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듯한 그의 삶은 다시, ‘증명’으로 귀결된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다”고 다시 입을 연 그는 “스스로가 존재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제 분명한 취향을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확고함이 필요하다”면서 “취향을 강요하는 것과 설득하는 건 모양새가 다르다. 내가 가만히 있거나 사회적 언어가 없다면 설득력이 부족해지지 않겠나.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까지 더해지니 피로한 삶을 살고 있고, 앞으로도 피로한 삶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인터뷰 이후엔 전시 관련 미팅을 하고 내일은 전시를 보러 갈 거예요. 이 모든 건 제 작업 반경을 넓히는 과정인데요, 이걸 모아 개인 사유화를 하는 거죠. 피부로 느끼는 것을 사유적 언어화하고, 그 언어화를 통해 사회화 작업을 하고, 그걸 구현해서 전시라는 형태로 사회적 결집체를 만드는 건데, 제 삶 자체가 이렇게 작업에 맞춰져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각자만의 교감의 언어가 존재하는데, 그런 것이 원동력으로 돌아올 때가 많아요. 인간의 발버둥은 아름답더라고요.”
비관적인 세상 속 발버둥 치며 증명하는 사람. 매드김을 감히 정의 내리고자 하는 인터뷰어에게 그가 덧댄 말이 인상 깊었다.
“제 스스로의 확신이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기도 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TMI(Too Much Information)’일 뿐이에요. 요즘 ‘자아비대증’이란 표현이 있잖아요? 이 표현 자체도 결핍적 사고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하다 보니 계속해서 증명해 보이고 보여주려 하는 그런 욕심 때문에 나온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저는 막연히 작업이 재밌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너는 이것밖에 못 해?’라고 생각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내 애티튜드를 어필하며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확고함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1시간을 훌쩍 넘긴 인터뷰 말미,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든가 어디서 전시를 열고 싶다든가 하는 답변 대신 그는 그의 가치관을 조심스레 꺼내보였다.
“관람객은 기꺼이 타인의 삶을 체험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들이 예술을 보기 위해 도전한다고 치면, 작가의 사회적 언어는 그들과의 교감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인 거죠. 그래서 관람객에게 한 마디 당부드리자면 자기 취향에 대한 확고함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유명하다는 전시들이 그들의 취향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결국 능동적으로 탐닉할 줄 알아야 해요. 자기 욕망이 무엇인지 스스로 되새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호,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시도한다는 건 예술을 넘어 즐거움의 영역이거든요. 저는 그 삶에 기꺼이 부합하고 있습니다.”
[작가 이력]
2014 전주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2024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졸업
[개인전]
2025 만발, 남발, 서신갤러리, 전주
2024 바리바리, 명산여관, 전주
2024 일장춘몽, 사용자공유공간 PlanC, 전주
2023 개화만발, 사용자공유공간 PlanC, 전주
2022 조문/ 감성의 절정으로 가는 과정, 빈칸 을지로, 서울
2020 Hard Boiled, Hard Mad, 향유갤러리, 전주
[단체전]
2024 태-몽(殆-夢) 시대의, 태몽(太夢) 꾸기, 서학동사진미술관, 전주
2024 제21회 민족예술제 : 동시대의 민족민중 기획전, 우진문화공간, 전주
2023 민미협 특별전 : 이 땅에 새 숨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
2022 4.3 미술제 : 경계의 호위, 산지천 갤러리, 제주
2022 잔상에 잔상전 2인전, 서학동미술관, 전주
2020 탈각:break out, 청년작가 6인전, 인더 갤러리, 천안
2020 탈각:break out, 전북청년작가 3인전, 전주미술관, 전주
[프로젝트]
2024 팔복예술공장 옥상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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