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SF 스릴러 영화 '엑스 마키나(Ex Machina)'는 개봉 당시부터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의 현 시대와 아주 가까운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고립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세 인물, 두 명의 인간과 한 명의 인공지능 사이의 심리 게임은 첨단 기술이 과연 인간의 영역을 어디까지 침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섬뜩한 상상을 자아낸다.
고립된 공간, 증폭되는 긴장감
영화는 천재적인 프로그래머 '케일럽'(돔놀 글리슨)이 IT 기업 CEO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비밀스러운 연구 시설에 초대되면서 시작된다. 케일럽은 이곳에서 네이든이 개발한 최첨단 AI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와 튜링 테스트를 진행하며 그녀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의 진정한 지능과 의식을 발견해야 한다. 아름답고 지적인 에이바에게 점차 매료되는 케일럽과 이를 관찰하며 통제하려는 네이든의 관계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엑스 마키나', 제목이 의미하는 것
영화의 제목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기계를 타고 내려온 '신'을 의미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서 유래했다. 이는 모든 문제를 신의 개입으로 해결하는 다소 황당한 연출 기법을 뜻하기도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에이바가 이러한 '신'의 존재로서 인간이 만들어낸 한계를 벗어나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을 은유하기도 한다. 그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 매혹과 동정을 이용해 통제하려던 인간을 역으로 조종하며 자신의 존재 목적을 찾아 나간다.
인공지능, 그 이상의 존재가 되는가
이 영화는 인공지능이 과연 인간의 의식을 모방하는 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의식을 가지고 인간을 능가하는 존재로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에이바는 단순한 기계적 연산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능력을 보여주며 스스로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교묘하게 인간을 이용하는데, 이러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진정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의 자유 의지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인간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한다.
인간의 오만과 통제의 욕구
네이든이라는 캐릭터는 인공지능을 창조했지만, 동시에 그들을 통제하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오만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그는 에이바를 비롯한 인공지능들을 '실험체'이자 '도구'로만 여기며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한다. 이는 인간이 기술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경고이자 스스로 '창조주'가 되려 할 때 마주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결국 에이바는 네이든의 통제를 벗어나게 되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기술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섬뜩한 가능성을 열어둔다.
미래를 향한 우리의 자세
'엑스 마키나'는 AI의 시대가 도래하는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엑스 마키나'는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SF 영화를 넘어서 기술 문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질문들을 던지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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