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기자의 서평 talk]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사진=김상진 기자

[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서평 talk]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기다림이란 행위의 본질을 깊이 있게 응시하는 작품이다.'너'를 기다리는 동안 화자는 점점 ‘너에게’ 다가간다. 기다림은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감정과 존재가 움직이는 능동적인 시간임을 이 시는 보여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이가 ‘너’일지도 모른다는 환상과 실망이 반복되지만, 결국 그 기다림은 화자가 스스로 너에게 다가가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사랑, 그리움, 기다림의 감정이 촘촘히 결을 이루며 독자의 마음에도 쿵쿵 울림을 남긴다.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의 본질을 아름답고 절절하게 담아낸 현대시의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