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60g 남짓한 이 새가 해마다 1만km가 넘는 대륙 횡단 비행을 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주인공은 여름철만 되면 산속에서 처연한 울음소리를 내는 새, 두견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소월의 시 '접동새'에도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이라는 두견이의 울음소리가 등장한다. 이 울음소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두견이는 오래전부터 한국 문학 속에서 한(恨)의 상징처럼 여겨졌고, 많은 고전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이처럼 구슬픈 이미지 뒤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경이로운 생태가 숨어 있었다.
세계 최초로 추적 성공… 제주서 출발해 아프리카까지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 제주에서 번식 중이던 두견이 2마리에 초소형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이후, 이 새들은 8~9월 사이 제주를 떠나 중국,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넜고, 같은 해 12월 말에는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에 도착했다.
이동 거리만 약 1만km에 달한다. 두견이 한 마리는 모잠비크에서 약 4개월을 머문 뒤, 4월부터 귀국길에 올라 같은 루트를 따라 5월 초 제주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무려 6일간 4180km를 쉬지 않고 바다를 가로질렀다. 산새로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긴 거리의 바다 횡단이다.
이번 연구로 두견이가 해마다 같은 번식지로 되돌아오는 습성까지 확인됐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동아시아권에서 위치추적기를 통해 이 같은 이동 경로가 밝혀진 건 처음이다.
작지만 강한 비행 능력... 뻐꾸기 닮았지만 다른 새
두견이는 날개를 폈을 때 45cm가량, 몸길이는 약 28cm 정도다. 무게는 평균 60g 내외지만 비행 능력은 대형 철새 못지않다. 일반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5월경 번식을 위해 도착해 9월까지 머문 뒤 따뜻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름 철새다.
머리는 회색, 아랫배에는 검은 가로무늬가 드문드문 나 있어 매와 비슷한 인상도 준다. 수컷과 암컷의 색깔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암컷은 다소 붉은 갈색빛을 띤다. 얼핏 보면 뻐꾸기와 닮았지만, 그에 비해 몸무게는 가볍고, 배 쪽의 가로무늬는 굵고 간격이 넓다. 울음소리는 구슬프고 반복적이라 밤에도 쉽게 식별된다.
예로부터 ‘접동새’ 혹은 ‘자규’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그 울음은 슬픔과 억울함을 상징하는 정서로 시가에 자주 등장했다. 고려시대 정서의 「정과정」, 조선시대 민요 「군밤타령」이나 「정선아리랑」 등 수많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며, 관련 설화도 다수 전해진다.
번식은 다른 새의 둥지에서… 위탁 산란 습성도 관찰
두견이는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소형 조류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떠난다. 이를 ‘탁란’이라 한다. 알은 1개씩 낳으며, 숙주의 알보다 색이 유사하고 크기는 약간 작아 위장을 잘한다. 탁란된 두견이 알은 9~10일이면 부화하며, 이는 숙주 알보다 3~4일 빠르다.
일찍 부화한 두견이 새끼는 2~3일 사이에 다른 새의 알이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가짜 어미로부터 먹이를 독차지하며 자란다. 그 모습은 잔혹해 보일 수 있지만, 생존을 위한 본능이자 두견이과 전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생태다.
주로 곤충류를 먹는데, 나비·파리·메뚜기·벌·딱정벌레의 유충과 성충을 가리지 않고 섭취한다. 심지어 털벌레처럼 다른 새들이 잘 먹지 않는 곤충도 소화할 수 있다. 위장 내벽에는 털이 자라 있어 거친 먹이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국내 철새 연구 새 이정표… 뻐꾸기에 이어 두견이도 확인
우리나라에서 여름 철새의 아프리카 월동이 확인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20년에는 뻐꾸기의 이동 경로가 밝혀졌다. 당시 추적기에 포착된 뻐꾸기 10마리 중 6마리는 중국 장쑤성, 미얀마, 인도 등을 거쳐 아프리카 동부로 이동했으며, 모잠비크·케냐·탄자니아 등지에서 겨울을 났다.
3마리는 다시 국내로 돌아왔고, 최장 거리 이동 개체는 2만 4000km를 오갔다. 이동 속도도 흥미롭다. 두견이와 뻐꾸기 모두 봄철 이동이 가을보다 훨씬 빠른데, 하루 평균 232km로 가을철보다 1.5배 가까이 빨랐다. 생존 경쟁과 번식 시기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두견이 이동 경로 추적은 국내 철새 생태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과거 시가 속 슬픈 새로만 여겨졌던 두견이가 사실은 바다를 건너는 강인한 여행자였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작지만 강한 날개의 힘으로, 이 작은 새는 매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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