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예준 기자] 2011년 처음 등장한 기아 레이는 현재까지 완전 변경 없이 판매되고 있는 국내 유일 톨보이형 경차다. 출시 14년 차라는 점에서 단종이 언급될 만도 하다. 실제로는 최근 들어 판매량이 반등하며 ‘실속형 세컨카’로 재조명받고 있다.
기아는 2025년 상반기에 국내 시장에서 총 27만 7,099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레이는 2만 5,269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그러나 하락세가 이어지는 경차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이다.
실제로 상반기 전체 경차 판매량은 4만 30대로 전년 대비 24%나 급감했다. 특히 모닝과 캐스퍼 등 경쟁 모델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예외로 레이만이 일정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아반떼가 같은 기간 3만 9,610대가 팔린 것과 비교해도 경차 시장의 축소는 뚜렷하지만 레이는 예외였다.
특히 레이는 한때 부진을 겪었던 모델이다. 2016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만 9,819대로 출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5만 대를 돌파했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2만 5천 대를 넘긴 만큼 연간 판매 5만 대 재진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레이 특유의 톨보이형 차체 구조와 공간 활용성이 있다. 해치백 스타일의 모닝이나 SUV 콘셉트의 캐스퍼와 달리 레이는 전고를 높게 설계하고 윈드실드를 직각에 가깝게 세워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 이로 인해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에서 탁월한 개방감을 제공한다. 추가로 경차라는 한계를 넘는 실용성까지 확보했다.
수요층이 꾸준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기아에 따르면 1인 가구 사회초년생과 더불어 자녀가 있는 40~50대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세컨카 용도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가까운 마트 장보기, 자녀 등하교, 근거리 외출 등 일상 주행에 특화된 차량으로 인식되며 특히 여성 운전자들에게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전기차 모델에서도 이어진다. 레이 EV는 기존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차체에 전동 파워트레인을 얹어 출시됐다. 도심 주행 비중이 높고 세컨카 개념에 충실한 소비자들에게는 최적의 도심형 전기차로 평가받는다. 실제 보조금 수혜와 저렴한 유지비로 인해 소형 전기차 시장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레이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특히 2017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 ‘더 뉴 레이’는 무사고 기준 700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경차 치고는 높은 중고 잔존가치를 유지 중이다. 차박용 튜닝이나 반려동물 전용 차량으로 개조하는 수요도 꾸준하다.
레이의 성과는 단순히 한 모델의 인기 회복에 그치지 않는다. 경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레이는 여전히 분명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틈새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실용성과 공간, 저렴한 유지비라는 경차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용도에 맞춘 진화를 보여주는 중이다.
레이는 출시된 지 14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살 만한 경차’로 꼽힌다. 바야흐로 ‘세컨카의 정석’으로 자리 잡은 레이의 존재감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크다.
김예준 기자 kyj@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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