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드라마와 영화 등 K콘텐츠 산업에서 IP(지식재산권)의 가치를 '작품 자체'와 '주연 배우'에만 두는 것이 한계라는 지적이 거듭 나오고 있다. 이에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방향을 K팝 산업의 행보에서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팝 산업은 일찍이 '아티스트'를 핵심 IP로 인식하고 이를 중심으로 세계관 구축, 팬덤 비즈니스, 다각적인 굿즈 및 캐릭터 상품 개발을 통해 IP의 생명력을 극대화해왔다. 하이브나 SM 등을 필두로 크고 작은 K팝 엔터사들은 현재 앨범 발매와 함께 포토카드, 응원봉, 의류 등 자체 굿즈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아티스트의 특징을 살린 캐릭터를 통해 패션, 식품 등 이종 산업군과의 연계점까지 만들며 거대한 '엔터 산업군'을 이루고 있다.
단순히 음반이나 콘서트 수익을 넘어, 아티스트 활동 안팎으로 팬들의 일상에서 IP에 몰입하고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은 아티스트의 유연한 활동과 함께 IP의 새로운 갱신을 이끌며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드라마와 영화 IP는 K팝과는 결이 다르다. 하나의 스토리가 특정 시점에서 '끝'을 맺는 작품의 특성상, IP의 입지는 방영 전후로 눈에 띄게 차이가 있고 지속적으로 쌓이는 구조가 아니다. 또한 스토리라인이나 제작보다는 주연 배우 명성에 따라 흥행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데, 차기작 또는 연작 등을 통한 배우의 이동은 IP의 흥행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실제 여러 인기 종영작 IP를 반영한 게임이나 웹툰, 애니메이션 등이 방영 당시나 직후를 제외하고는 대중적 흥행이 어려워진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콘텐츠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양상들을 놓고 IP 비즈니스 관점 변화를 기본으로 접근법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단순한 부가 상품을 넘어, IP 자체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팬덤과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언들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큰 방안은 시즌제나 스핀오프, 프리퀄 등이 가능한 '세계관' 중심의 IP 설계다. 물론 '마동석 유니버스' 타입의 '범죄도시' 시리즈나 글로벌 인기의 '오징어게임' 등 다양한 시즌제 드라마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스토리의 완결과 새로운 시작을 연결하는 핵심적 과정의 부족으로, 단순 산술적인 양산형 시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이와 함께 캐릭터 IP의 독립적 육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그룹이 악마를 사냥한다는 독특한 세계관에서 비롯된 다양한 캐릭터와 음악들로 사랑받으며 확장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그러나 최초 비즈니스 접근이 '콘텐츠 전체'로 추진되면서, 헌트릭스, 사자보이즈 등 작품 속 그룹 캐릭터를 별개의 IP로 확장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한계로 지적된다. 스토리에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 자체의 생명력을 강조하기 위한 다양한 스핀오프적 접근이 장기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K팝 식의 '참여형' 콘텐츠 서비스를 통한 코어 팬덤 확장 또한 제기된다. 최근 K-팝 아티스트들이 소셜 라이브를 통해 팬들과 성장하듯, 작품이나 캐릭터 측면에서 양방향 소통을 거듭하며 서사를 '함께' 쌓아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스핀오프 확장 기반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요컨대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은 작품 자체와 배우에 국한된 기존의 IP 접근법을 벗어나, K-팝 식의 성장형·소통형 IP 활용법으로 확장성을 도모하는 데 있다. 투자 유치나 정책적 지원, 외산 플랫폼과의 협력 또한 이러한 방향성에서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업계 한 전문가는 "K콘텐츠는 이제 단발성 흥행을 넘어 IP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졌다. IP에 대한 초기 고민부터 확장성까지 다양하게 취하는 K팝의 접근법과 마찬가지로, K콘텐츠 역시 긴 호흡으로 관객을 비롯한 다양한 접점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형태로 가야 지속적인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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