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이 빅3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제주항공이 홀로 생존전략 모색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 1위였던 제주항공은 타사들의 대규모 통합 움직임 속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과 함께 선두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 진에어, LCC 시장 판도 바꾼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속 조치로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3사 통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새로운 진에어는 총 58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어 현재 제주항공(44대)을 크게 앞지르는 규모가 된다.
이들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2조7950억원으로 제주항공(1조9358억원)보다 44% 이상 많다. 1월부터 5월까지 여객 수송 실적도 1107만7258명으로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875만9361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박병률 진에어 대표는 지난 1월 “통합을 통해 2년 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LCC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이르면 2027년부터 통합 진에어가 본격 운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조트 업계서도 LCC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현재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확보했고, 타이어뱅크는 에어프레미아 지분 70% 이상을 인수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대명소노는 티웨이항공(40대)을 통해 LCC 시장 진출에 성공했으며, 기존 숙박·레저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에어프레미아까지 함께 인수해 대형 항공사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티웨이항공 인수에 집중하기 위해 보유했던 에어프레미아 지분을 타이어뱅크에 매각한 상태다. 타이어뱅크가 확보한 에어프레미아(7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 등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며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 하락하는 제주항공, 위기감 고조
상황이 이렇자 제주항공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제주항공 올해 1~5월 누적 LCC 시장 점유율이 22.8%로 지난해 말 대비 2.5%p 하락한 반면, 진에어는 22.5%로 0.9%p 상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지난해 말 3.6%p였던 양사 간 격차가 불과 5개월 만에 0.3%p로 급속히 좁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 참사 이후 제주항공의 운항편 감축과 진에어의 공격적 마케팅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제주항공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하계 운항편을 주평균 746회로 조정해 전년 대비 주 24회씩 감편한 상태다. 이는 안전 점검 강화 차원이지만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대응 여력도 제한적이다. 올해 1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2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손실도 327억원을 기록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해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점에 대비해 인수합병 기회 대응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지만, 현재 재무 상황으로는 대규모 M&A 추진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달 진에어와 여객 10만명 차이···회복중”
이와 관련 제주항공 측은 “안전사고 등 여파로 올해 상반기엔 점유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6월부턴 여객수와 점유율 수치에서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등 회복세”라며 “앞으로 신규노선 확보와 기단 확장, 안전을 기반한 노선 탄력 운행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이 규모 경쟁에서 소외되는 상황에서, 서비스 차별화와 운영 효율성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20년간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제주 노선 강점을 살려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순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 품질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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