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디어뉴스] 김상진 기자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네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서평 talk ]
신경림 시인의 「가난하다고 해서」는 삶의 결핍이 곧 감정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음을 분명히 한다. 시인은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이 가난 속에서도 여전히 선명하게 존재한다고 말한다. 눈 쌓인 골목과 메밀묵 장수의 소리, 감나무에 남은 까치밥 하나까지, 시 속의 풍경은 독자의 기억과 겹치며 긴 여운을 남긴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미가 스며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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