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나르시시스트일까? 피해자들이 자기 의심에 빠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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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나르시시스트일까? 피해자들이 자기 의심에 빠지는 이유

나만아는상담소 2025-07-25 11:32:00 신고

고요한 새벽, 모두가 잠든 시간, 당신은 홀로 휴대폰 검색창에 조심스럽게 질문을 입력한다.

‘혹시 나도 나르시시스트일까?’ 차마 소리 내어 묻지 못했던, 당신의 마음을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흔들어온 그 질문. 이 질문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낀다.

그와의 관계가 남긴 수많은 상처 중에서도, 이 자기 의심의 흉터는 가장 깊고 아프다. 이별 후, 당신은 그의 잘못을 되짚는 대신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기 시작한다.

당신 역시 그에게 소리를 질렀고, 때로는 비난했으며, 그의 침묵에 분노로 반응했다. 그 기억의 파편들은, 어쩌면 그가 아니라 당신이 관계를 망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가능성을 속삭인다.

당신이 던지는 이 질문은, 당신의 인격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다. 이것은 당신이 겪은 심리적 학대가 얼마나 교묘하고 파괴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후유증이다.

그가 당신의 현실 감각을 무너뜨린 후, 이제 당신의 자기 인식마저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그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당신에게, 당신의 의심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왜 그것이 사실이 아닌지에 대한 심리학의 답변을 건네기 위해 쓰였다.


어떤 기억들이 당신을 고발하는가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해자로 의심하게 되는 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몇 가지 ‘기억의 증거’들이 존재한다. 이것은 그가 관계 내내 당신의 마음속에 치밀하게 설치해 둔 심리적 장치들이다.

1. 통제력을 잃고 폭발했던 당신의 모습

당신의 기억 속에는, 스스로도 낯선 당신의 모습이 있다. 그의 끊임없는 비난과 무시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던 그날. 당신은 그에게 소리를 질렀고, 울면서 매달렸으며, 어쩌면 물건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런 당신을 보며 침착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봐, 넌 이렇게 감정적이고 폭력적이잖아. 진짜 문제는 너야.”

이것은 ‘반응적 학대(Reactive Abuse)’라 불리는 전형적인 함정이다.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심리적 압박을 받은 사람이, 어느 순간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방어적으로 폭발하는 반응을 의미한다.

이것은 가해 행동이 아니라, 극심한 고통에 대한 생존 반응에 가깝다. 너무 팽팽하게 당겨진 현이 결국 끊어지는 것은, 현 자체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잡아당긴 힘 때문이다.

그는 당신의 현을 끊어질 때까지 잡아당긴 후, 끊어진 현을 보며 “네가 문제”라고 말한 것이다.

2.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당신의 공감 능력

당신은 이별 후에도 여전히 그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애쓴다. ‘그가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 때문에 그랬을 거야.’, ‘내가 그의 불안함을 좀 더 이해해주었어야 했는데.’

당신은 그의 입장을 헤아리고, 그의 행동을 분석하며, 어떻게든 그를 이해의 범주 안에 넣어보려 한다.

바로 이 마음의 습관이, 당신과 나르시시스트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지점이다.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입장을 깊이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 부재하거나 현저히 부족하다.

그들은 관계가 끝났을 때,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와 억울함에만 몰두할 뿐이다.

당신이 그의 아픔을 헤아리려 애쓰는 그 마음 자체가, 당신이 그와 다른 사람이라는 중요한 증거다.

3. 관계의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죄책감

당신은 관계의 모든 실패가 자신의 책임인 것만 같다. 그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순간들에 대한 후회가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것은 ‘투사(Projection)’라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그가 느꼈어야 할 수치심과 죄책감을, 그는 교묘한 비난과 책임 전가를 통해 당신에게 보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가 보낸 감정의 소포를 풀어,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삼은 것이다.


자기 의심에 대한 심리학의 답변

당신이 스스로에게 제기한 이 모든 의심들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당신이 피해자였음을 증명하는 역설적인 증거가 된다.

1. 질문의 본질: 진정한 나르시시스트는 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혹시 내가 나르시시스트일까?”라고 묻는 행위는, 그 자체로 당신이 나르시시스트가 아닐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NPD)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부, 즉 타인에게 돌리는 데 익숙하다. 당신의 고통스러운 자기 의심은, 당신의 정신이 여전히 건강하게 자기 성찰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신호다.

2. 객관적 사실: 통계와 진단의 기준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단순한 이기심이나 자존심이 강한 성격과는 구별되는, 명확한 진단 기준을 가진 정신 질환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1~2%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진단받는 사람의 상당수는 남성이다.

그 진단 기준의 핵심은 ‘공감 능력의 결여’,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와 특권 의식’, 그리고 ‘타인을 착취하려는 태도’ 등이다. 당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라.

당신이 그에게 화를 냈던 것은, 그를 착취하기 위해서였는가, 아니면 당신의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는가.

당신이 느끼는 죄책감은, 타인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완벽함에 흠집이 난 것에 대한 분노인가. 이 질문들은 당신이 진실을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3. 책임의 소재: 당신은 그의 감정까지 책임질 수 없다

당신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갈등과 의견 차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당신이 서운함을 표현했을 때, 그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가, 아니면 침묵과 비난으로 당신을 벌하려 했는가.

당신은 그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의 ‘반응’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의 파괴적인 반응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그에게 있다.


이제 당신의 내면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내릴 시간이다. 당신은 유죄가 아니다. 당신은 관계를 망친 가해자가 아니라, 심리적 학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당신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비난했던 모든 이유는, 당신의 인격적 결함이 아니라 그가 남긴 깊은 상처의 증상이었다.

‘내가 나르시시스트일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이제는 그 질문의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 그 목소리는 당신의 건강한 자아에서 비롯된 성찰의 목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당신의 정신에 심어놓고 떠난, 그의 목소리의 메아리일 뿐이다.

당신이 짊어진 죄책감의 무게는, 당신의 잘못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당신에게 떠넘긴 상처의 깊이다. 이제 그의 몫을 그에게 돌려주고, 당신은 당신의 상처를 보듬는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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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안내

당신의 이야기는 ‘운명’이 아닌, ‘용기’가 될 거예요.나만 아는 상담소 첫 번째 책, 『운명이라는 착각』 출간

관계 속에서 길을 잃고, 나조차 나를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들.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처럼 느껴졌나요?

그 아픔과 혼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관계 전문 심리 상담소, 나만 아는 상담소입니다.

저희는 수많은 마음의 상처 속에서 흩어져 있던 이야기의 조각들을 정성껏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았습니다. 정서 학대, 가스라이팅, 교제 폭력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그 고통의 실체를 당신이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요.

오랜 기다림 끝에, 그 마음이 드디어 ‘운명이라는 착각’ 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 책은 당신을 탓하던 세상의 목소리 속에서 당신의 편이 되어줄 다정한 친구이자, 아픈 관계를 끊어낼 용기를 주는 단단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이제는 그 착각의 안개를 걷고,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진정한 길을 찾아 나설 시간입니다. 그 길의 시작에 저희의 책이 작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해주세요.

“이제, 잠시 눈을 감고 편안하게, 깊은숨을 한 번 크게 내쉬어 보자.
그리고 천천히 아팠던 이야기를 마주할 준비를 해 보자.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어둡고 긴 혼란의 터널 속에서
마침내 한 줄기 빛처럼 이 책을 발견했다.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 다.
그것은 바로 삶이 정체된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신호이다.당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아가는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이제, 바로 지금,
함 께 시작해 보자.삶은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신의 것이며,
‘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로서 충분히 사랑받고 행복할 자격이 있다.”

– 운명이라는 착각: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법, 프롤로그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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